尹 한일관계 해법 '그랜드 바겐', 3가지가 없다

정승임 2022. 9. 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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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공개된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미래지향적으로 한일관계를 회복하는 데 있어 그랜드 바겐(일괄타결)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사, 경제, 안보 등 양국의 모든 의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포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이 자칫 과거사 문제를 정치적으로 거래한다고 비칠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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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사전교감이 '없다'
②국내 지지가 '없다'
③뾰족한 해법이 '없다'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5박 7일간의 일정으로 영국ㆍ미국ㆍ캐나다 3개국 방문을 위해 18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 탑승한 뒤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공개된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미래지향적으로 한일관계를 회복하는 데 있어 그랜드 바겐(일괄타결)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사, 경제, 안보 등 양국의 모든 의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포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6월 대선 출마 선언 당시에도 언급한 내용이다.

하지만 '통 크게' 해결하기엔 양국관계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간단치 않다. '원샷' 방식을 뒷받침할 만한 국내외 여건도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상태다. 이에 정부가 그럴듯한 표현으로 외교적 해법의 빈곤을 자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①사전교감이 ‘없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월 18일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도쿄 로이터=연합뉴스

우선 당사자인 일본과 사전교감이 부족하다. 상대 호응이 없는데 굵직한 현안을 한 방에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 실패한 전례도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북한이 비가역적 핵 폐기 조치에 나서면 국제사회의 경제 지원과 안전 보장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북핵 그랜드 바겐'을 의욕적으로 제시했다가 퇴짜를 맞기도 했다.

일본은 우리 측 정상회담 제안마저 시큰둥한 반응이다. 대통령실이 이달 유엔총회 계기 '약식회담'을 예고하자 일본은 "공식회담은 없다"면서 딴소리를 했다. 일본 측은 오히려 “회담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면서 “징용공(일제 강제동원 노동자) 소송 문제에 진전 없이 정상회담에 응하는 것에 신중하다”고 발을 뺐다. 2년 10개월 만의 회담에 앞서 한쪽은 만난다 하고, 다른 쪽은 아니라고 손사래치는 이상한 모양새다.


②국내 지지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양국 정상이 정치적 결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내 여론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를 웃도는 수준이다. 부정적 여론은 그보다 두 배에 육박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내각 지지율이 29%(19일 기준)로 곤두박질쳤다. 양측 모두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 반대 목소리를 감수하며 돌파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이 자칫 과거사 문제를 정치적으로 거래한다고 비칠 우려도 있다.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의 의사를 폭넓게 반영할 만한 숙의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③뾰족한 해법이 ‘없다’

김은혜 홍보수석이 18일(현지시간) 런던 힐튼 온 파크레인 호텔 내 프레스센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 참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런던=뉴시스

한일 양국은 △초계기 저공비행 사건과 지소미아(군사) △일본의 수출규제(경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역사) 등 다양한 현안에 걸쳐 얼굴을 붉혀 왔다. 특히 강제동원 문제는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일본이 거부하면서 양국관계를 한층 꼬이게 만들었다. 어느 한쪽을 양보하고 다른 사안을 수용한다 해도 서로가 모두 만족할 만한 주고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도다.

무엇보다 일본은 "한국이 골대를 자주 바꾼다"는 불만을 입버릇처럼 내뱉어 왔다. 한국이 자꾸 입장을 바꾼다는 것이다. 말로는 협력을 외치지만 실상은 신뢰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더구나 한일 양국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 각각의 현안에 대한 해법조차 아직 초보단계의 논의에 불과한 상태다. 이를 모두 포괄할 그랜드 바겐이 안이하게 비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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