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40년 마음에 둔 그라나도스 곡, 자유롭게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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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 곡을 꼭 연주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40년이 흘렀군요."
피아니스트 백건우(76)가 이번엔 스페인 작곡가 엔리케 그라나도스(1867~1916)를 파고들었다.
백건우가 조금은 '낯선 스페인 작곡가'에 천착한 이유가 뭘까.
그는 "내겐 자유를 상징하는 곡이기도 해서 해석도, 연주도 자유롭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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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국내 7곳서 연주회
"이젠 즐기고픈 음악 하고파"
“언젠가 이 곡을 꼭 연주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40년이 흘렀군요.”
피아니스트 백건우(76)가 이번엔 스페인 작곡가 엔리케 그라나도스(1867~1916)를 파고들었다. 그가 연주한 그라나도스의 대표작 ‘고예스카스’를 담은 앨범이 19일 발매됐다. 일종의 모음곡인 이 곡은 작곡가가 화가 고야의 전람회에서 받은 영감을 표현한 작품이다. 서울 예술의전당(10월8일) 등 국내 7개 지역에서 이 앨범 수록곡들로 채운 연주회도 연다.
백건우가 조금은 ‘낯선 스페인 작곡가’에 천착한 이유가 뭘까. 이 음반 발매를 맞아 19일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홀에서 간담회를 연 백건우는 이를 ‘40년 묵은 숙제’라고 표현했다. 그가 이 곡을 처음 들은 건 젊은 시절 뉴욕 카네기홀에서였다. 스페인 출신 피아니스트 알리시아 데라로차(1923~2009)의 뉴욕 데뷔 연주회였다. “음악이 너무나 화려하고 황홀해서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음악이 이럴 수도 있구나’라고 체험했던 음악회였죠.” 그는 “음악을 공부하다 보면 음악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중요한 순간이 있다”며 당시 연주회를 그런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내겐 자유를 상징하는 곡이기도 해서 해석도, 연주도 자유롭게 했다”고 말했다.
앨범 재킷은 백건우의 얼굴 대신 그가 찍은 빨간 꽃 사진을 담았다. 앨범 제목도 그가 직접 쓴 손글씨를 인쇄했다. 백건우는 “뉴욕에서 공부하던 15살 때부터 취미로 사진을 찍었다”며 “내겐 음악과 그림의 콤퍼지션(구조)이 가깝게 느껴진다”고 했다. 11월 대만 연주회에선 그가 찍은 사진전도 함께 연다.
음악과 인생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백건우는 최근 한 작곡가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엔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연주했고, 2019년엔 쇼팽, 이듬해엔 슈만의 곡을 담은 앨범을 냈다. 백건우 특유의 속삭이는 듯한 조용한 말투는 여전했지만, 음악과 연주에 대한 생각은 조금 바뀐 듯했다. “이젠 즐기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어느 정도 마음의 자유를 찾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게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는 “연주는 어찌 보면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제는 음악과 친해지는 걸 느낀다”며 “음악이 나를 받아주고, 나도 음악을 받아주는 느낌”이라고 했다.
최근 국내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국제 콩쿠르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에 대한 그의 생각은 뭘까. “젊은 피아니스트들 수준이 굉장히 높아요. 테크닉 등은 이전보다 훨씬 앞선다고 볼 수도 있죠. 다만 연주자나 청중 모두 표면으로 나타나지 않는 ‘음악 그 자체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고 봐요.”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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