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자락 적신 '시와 판소리'..선원에 모인 문화예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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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19일 서울 북악산 자락 무산선원(霧山禪院)에 만해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이 울려퍼졌다.
이날 무산선원 개원을 기념해 열린 시낭송회는 수행처에서 열린 문화예술인들의 축제였다.
무산선원 주지 선일스님은 "지쳐있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문학으로 위로와 희망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을 지원하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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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19일 서울 북악산 자락 무산선원(霧山禪院)에 만해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이 울려퍼졌다. 선원 마당에 옹기종기 모인 150여명의 문화예술인, 정·관계 인사 등이 산자락을 조용히 적시는 시 낭송가 3인의 울림에 귀 기울였다.
이날 무산선원 개원을 기념해 열린 시낭송회는 수행처에서 열린 문화예술인들의 축제였다. 불교 선원이면 의례 '참선'을 떠올릴법하지만, 무산선원은 문화예술인들 교류, 소통을 설립 목적의 앞에 뒀다.
이곳은 2018년 입적한 '무애(無碍)도인' 무산스님의 화합과 상생 정신을 선양하는 곳이기도 하다. 시조와 그림에 조예가 깊었던 스님은 극락으로 떠난 뒤로도 문화예술인들이 모일 수 있는 작은 공간을 선물로 남긴 셈이다.
초가을 쾌청한 하늘 사이로는 시와 함께 판소리도 울려 퍼졌다.
최근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받은 국악인 안숙선(73) 씨가 장구에 맞춰 춘향가를 공연했다. 좌중에서는 박수와 함께 '한 곡 더'를 연발했다. 선원 개원을 자축하고자 마련된 무대에 선 명창은 춘향가를 이어갔다.
이날 개원식과 시낭송회에는 유명 문학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눈길을 끌었다.
작가 조정래, 시인 김남조, 이근배, 오세영, 정호승, 신달자, 곽효환 등이 함께했다. 불교계 행사에 자주 얼굴을 비춰온 여야 정치권 인사를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아내 송현옥 여사도 참석했다.
바쁜 일정 탓에 현장에 오지 못한 남편을 대신해 좌중 앞에 선 송 여사는 무산스님의 시 '절벽에'를 청중에게 들려줬다.
"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둘러봐야 사방은 허공 끝없는 낭떠러지 우습다/(중략)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 마냥 어지러이 떠나(다)니는 아지랑이들 우습다/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고작 아지랑이라니."
무산선원 입구 앞 대형 석조 불상 옆으로는 성모마리아상이 나란히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불상과 성모상은 종교 간 화합 정신을 드러내고, 누구나 선원을 찾아 기도하고, 쉴 수 있도록 알리는 선원의 상징물이 됐다.
앞으로 선원에서는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에 시낭송회, 음악회 등이 열린다.
무산선원 주지 선일스님은 "지쳐있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문학으로 위로와 희망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을 지원하겠다"고 바랐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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