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애호가라면, '보다 가까이'
지난 2일 세계 3대 아트페어로 손꼽히는 프리즈(FRIEZE)가 서울에서 성황리에 개최됐습니다. 세계 각국의 유명 갤러리와 작가 그리고 이슈를 몰고 다니는 유명 컬렉터들이 대거 한국으로 몰려와 6000억 원 이상의 거래액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전문가들은 한국이 아시아 중심 미술 장터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세계시장과의 현격한 체급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미술품 가격은 그 나라 국민의 경제력과 문화가치관의 척도와 비례합니다. 세계 경제 약 10위 국가인 우리나라엔 100억 이상의 작품이 유일하게 김환기의 작품 1점뿐입니다.
국내 미술시장이 많이 성장하였다고는 하지만 아직 프로작가와 아마추어 작가들의 시장가가 확연히 구분되지 않는 등 열악한 실정입니다. 갤러리청주 나미옥 관장은 이런 현실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작가들의 작품을 말도 안 되는 헐값에 구입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흔히 주식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있죠. 우리는 미술시장에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미술과 한국 작가들에 대한 인식과 가치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우리 작품을 저평가하고 인정하지 않는데 누가 우리를 인정해 주겠어요.”
피카소의 작품이 40억에 판매되자 중국은 우습다는 듯이 자국 작가인 제백석의 작품을 700억에 낙찰시켰습니다. 이것을 결코 작품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나미옥 관장은 “훌륭한 작품을 관람하고 그것을 소장할 이유를 인식하기 위해 귀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사람만이 우리 문화의 저력을 인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 14일부터 갤러리청주에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다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갤러리청주가 기획한 이번 전시에서 방점은 ‘판화전’이라는 점입니다. 나미옥 관장이 권옥연, 민경갑, 박생광, 이대원 등 한국 근현대미술 중심작가의 작품을 부담 없이 소장하고 감상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방법을 소개합니다.
Q. 미술작품을 하나쯤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면 이번 전시를 시작점으로 삼아봐도 좋다고요?
그렇습니다. 판화는 원화 가격의 10분의 1정도면 살 수 있어요. 특별한 자기 취향을 아직 잘 모른다면 가격대가 적절하게 형성된 유명 작가의 판화부터 시작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비록 판화지만 이미 지명도가 있는 유명 작가의 작품은 작품성에서 검증이 보장된 감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몇 작품을 수집하다 보면 잘 알지 못했던 자신의 취향도 발견하게 되죠.
Q. ‘판화’하면 학교 다닐 때 고무판을 조각칼로 파서 경험해 본 게 거의 전부인데요. 판화는 어떤 매력이 있나요?
판화는 누구나 알고 있는 작가의 수작을 일반인들이 어느 곳에서나 쉽게 접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미술품의 대중화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는 데 있습니다. 요즘은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의 발달로 인해 아주 많은 종류의 판화가 만들어지고 있죠. 뿐만 아니라 제지 기술과 인쇄 기술의 혁명적 발달로 인해 어느 종류의 판화는 하단에 적는 에디션 넘버가 필요 없을 만큼 과학적이고 일률적으로 판화를 찍어 낼 수 있어요.
Q. 최근에는 ‘아트테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술품을 구입하는 연령대도 낮아지고 저변이 넓어졌다고 들었습니다. 판화가 작품으로서 갖는 가치는 어떠한가요?
판화의 가격은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면 더불어 상승하는데요. 하지만 최근엔 판화 기술이 급속히 발달해 판화마다 가격 차이가 큽니다. 자신의 경제력과 안목에 따라 선택의 폭을 정하면 됩니다. 현재 전시 작품은 10만원(영인본)대에서 200만 원대 판화가 있습니다. 소장과 투자를 위해선 가능한 질 좋고 신뢰할 수 있는 판화를 선택하기를 권합니다. 반면 단순한 감상과 인테리어를 위해선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색상 좋은 판화를 구입하는 것이 좋겠죠.
Q. 관장님은 어떻게 첫 작품을 구입하셨나요. 컬렉터(수집가)로서의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구입하시는지요?
맨 처음 작품을 구입하게 된 계기는 작가로 활동하는 친구의 열정이 안타까워서 친구의 작품도 소장하고 친구의 자존심도 지켜주자 하는 의미로 구입했습니다.
지금은 오랫동안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작품 구입에 대한 기준과 원칙을 정했습니다. 첫째 내 기호에 맞는 감상 가치와 소장 가치가 있는 작품, 둘째 작품을 통해 개성과 철학이 느껴지는 가능성 있는 젊은 작가의 작품, 셋째 시대적 이슈를 만들거나 아젠다를 이끄는 유명 작가의 특징 있는 판화 등입니다.
Q. 판화 작품을 구입할 때 확인해야 할 것이 있을까요?
판화는 보통 어느 종이를 사용하였는가를 알 수 있게 작품의 여백을 잘라내지 않고 그대로 살려둡니다. 그리고 작품의 하단 여백에 에디션 넘버라 해서 판화를 찍어낸 수량과 몇 번째 찍어낸 것인가를 작가의 사인과 함께 적습니다. 예를 들어 100/10이라고 쓰여 있다면 해당 작품은 판화로 총 100장 찍어냈고, 이 판화는 그중 10번째 찍어낸 판화라는 뜻입니다.
또 사전판화는 작가가 살아생전 자신이 직접 판화를 찍어서 감수하고 친필사인을 한 판화를 말하고, 사후 판화는 유족들이나 작품관리를 맡은 기관에서 판화를 발행하고 사인을 하는데 이럴 경우는 작가가 생전에 사용하던 인장이나 상징적 유품을 찍기도 합니다. 흔히 판화는 연필로 사인을 하죠.
Q.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 볼 작품 소개해주세요.
내고 박생광 작가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꼭 알아야 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역사성이 내재된 한국 초현실주의적 작품으로서 소장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생활과 풍속들을 독자적 형태로 재구성해 의식의 저변을 지배하던 한국인의 감성을 전통 채색인 오방색으로 표현한 작품들입니다.
위대한 자연 앞에 서면 저절로 숙연해지듯 거장들의 작품은 감동을 넘어서 경외감을 갖게 합니다. 민경갑의 작품은 강렬하고 따뜻한 색채, 구성의 방대함 그리고 형체의 유희가 자연의 조화와 똑같습니다. 작품에 빠져들면 늘 곁에 두고 감상하고 싶을 만큼 감동적이죠.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취향과 안목을 갖춘 컬렉터가 되는 첫걸음, 갤러리청주의 소장품판화전 <보다 가까이>는 10월 31일까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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