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국가보안법 위헌논란의 쟁점과 해결방향

2022. 9. 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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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지난 목요일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을 열면서 국가보안법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공개변론이 열리던 헌법재판소 앞에선 보수·진보 단체들의 찬반 집회가 열려 날카로운 견해 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국가보안법은 1948년 12월 1일 법률 제10호로 제정된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개정은 1980년 반공법을 폐지하면서 그 주요내용을 국가보안법에 흡수한 것과 1991년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따라 국가보안법의 여러 조항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라는 요건을 추가함으로써 더욱 엄격하게 규정한 것이다.

이 두 차례의 국가보안법 개정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1980년 개정 이후에 국가보안법의 적용이 확대되면서 과거의 반공법에 대신하여 국가보안법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기 때문이고, 1991년 개정 이후에는 국가보안법 적용이 매우 엄격해지면서 오남용의 문제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이 매우 뜨거웠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했고,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국가보안법 폐지를 관철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국민적 관심 속에 국가보안법 존폐 논쟁이 신문의 지상 토론과 방송 토론 등에서 계속되면서 국가보안법 존치 여론이 힘을 얻게 되었기 때문에 결국 국가보안법 폐지는 실행되지 못했다.

이후 국가보안법의 존치 속에 개별 조항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 계속되었으며, 그중에서도 제6조의 잠입·탈출죄, 제7조의 찬양·고무 등, 제10조의 불고지죄 등에 대한 위헌논란이 계속되었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을 열었던 것도 제7조의 찬양·고무 등에 관한 것이었다. 찬양·고무 등을 처벌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독일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에서도 유사한 조항을 두고 있다. 이적단체 처벌이나, 이적표현물의 제작·소지·반포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북한과 여전히 대치하고 있는 우리와 달리 30년 전에 통일된 독일에서도 이런 조항을 여전히 존치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분단국가인 우리가 그 필요성을 부인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과거 국가보안법이 오남용된 사례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국가안보를 위한 특별법을 두지 않는 예가 없으며, 국가보안법 폐지론에 기초한 위헌 논란은 적절치 않다. 또한, 1991년 개정 이후에 국가보안법의 오남용이 현저하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의 사례들을 원용하면서 위헌론을 주장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앞으로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때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지만, 다음의 몇 가지 점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어떤 선진국도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부인하지 않는 것은 국가안보가 민주주의와 인권보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국가안보가 무너져서 6·25 같은 전쟁, 일제강점기같은 국권의 상실이 되풀이될 경우 민주주의과 인권도 함께 무너진다.

둘째, 국가보안법의 의미와 기능은 그 규제수단의 강력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성에 있다. 과거의 국가보안법에 비해 현재의 국가보안법은 이런 점에서 많은 개선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셋째, 남북한 관계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당장 전쟁이 터질 것처럼 우려하고 비관할 필요도 없지만, 무력 충돌은 없을 것이라는 식의 낙관도 위험하다. 전쟁을 준비함으로써 전쟁을 방지한다는 말처럼, 국가보안법이 제 기능을 함으로써 북한의 위협을 사전적으로 예방하는 것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국가보안법을 악법이라 부르는 사람도, 필요악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국가보안법 내용이 합리화되면서 크게 달라졌다. 남은 문제는 섬세한 운용의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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