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지지보다 신뢰를 얻으십시오"

2022. 9. 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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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의 늪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가 19일 공개한 9월 2주차 주간집계(미디어트리뷴 의뢰, 조사기간 13~16일,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34.4%로 2주 연속 소폭 상승했다. 부정평가는 63.2%였다. 지난주와 비교하면 긍정평가는 1.8%포인트 올랐고, 부정평가는 1.4% 하락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최근 태풍 대비와 경제·민생 행보에 집중하면서 지지율이 탄력을 받고 있던 것에 비하면 상승폭이 미미하다. 지지율이 오름세이긴 해도 20%대까지 떨어졌던 충격파를 극복하기엔 여전히 발이 무겁다.

상승기류를 타고 있던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것은 '영빈관' 신축 논란이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외빈 접견, 행사 지원을 위한 '대통령실 주요 부속시설 신축 사업'으로 878억6300만원을 편성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경내에 영빈관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윤 대통령이 즉시 신축 계획 철회를 지시했지만 여론은 냉랭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일간 추이를 보면 지난 14일·15일에는 각각 35.3%와 35.1%를 기록하면서 35%를 돌파했으나 영빈관 논란이 발생한 이후인 16일 다시 33.5%까지 내려앉았다.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두고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왔던 더불어민주당이야 영빈관을 새로 짓는데 거액의 예산을 쓴다고 하니 반길 리 없겠지만 국민적 반응도 이와 비슷했다. 집무실 이전에 496억원(편성기준)의 비용이 든 것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예산을 영빈관 신축에 쓴다는 것도 납득하기 쉽지 않고, 대선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한 언론의 기자와 나눈 통화 녹취록에서 '영빈관을 옮기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 것도 악영향을 줬다.

하지만 가장 국민이 실망한 것은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이전계획을 밝히면서 영빈관은 기존 시설을 활용하겠다고 했던 말이 공언(空言)이 된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국민에 개방한 청와대 영빈관이나 국방부 컨벤션 시설을 내외빈 영접에 활용하는 게 무리였을 수는 있다. 국격에 맞는 영빈관 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비록 새로 짓지 않겠다고 말했더라도 영빈관 신축이 불가피했다면 국민과의 소통을 거쳐 설득을 하면 될 일이다. 꼭 이렇게 밀실에서 정한 것 같은 모양새로 영빈관 신축을 추진했어야 하나 이해가 가질 않는다.

윤 대통령의 신뢰에 이처럼 생채기를 냈던 일은 이뿐 아니다. '공정'을 앞세워 국민의 지지를 얻었던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비선'논란과 대통령실 '사적채용'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신뢰에 금이 가고, 지지율 하락의 단초를 제공했다.

정치는 신뢰를 먹고 자란다. 신뢰를 가장 우선 덕목으로 생각해야 한다. 신뢰는 쌓기는 어려워도 잃는 것은 순간이다. 가벼운 행동 하나, 말 한 마디에도 신뢰는 무너진다. 논어(論語) 안연(顔淵)편 7장을 보면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는다. 공자가 답하기를 "식량을 넉넉히 마련하고, 무기를 넉넉히 마련하고, 백성에게 믿음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자공이 또 물었다. "부득이하여 꼭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셋 중에서 어느 것이 먼저입니까." 공자가 말하길 "무기를 버려야 한다"고 했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부득이하여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나머지 둘 중에서 어느 것이 먼저입니까." 이에 공자가 말하길 "식량을 버려야 한다. 예로부터 사람은 누구나 죽게 돼 있다. 그러나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존립하지 못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국민적 신뢰는 아직 높지 않은 듯하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케이스탯리서치가 발표한 정치인 신뢰도 조사(시사IN 의뢰, 조사기간 8월19~21일,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에서 윤 대통령의 신뢰도는 3.62(10점 만점)로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현재 활동 중인 여야 정치인 중 누구를 가장 신뢰하느냐'는 질문에도 2.4%로 5번째를 기록했다. 대통령으로서는 체면을 구긴 셈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를 넘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해당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신뢰하는 정치인이 '없다·모름' 응답이 44.0%나 된 부분이다. 지난해 같은 조사(37.3%)보다 6.7%포인트나 많아졌다. 윤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 정치인 총합이 20.4%, 야권 정치인 총합은 20.1%였다. 정치가 신뢰 상실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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