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악 본질은 노래 들려주는 것…뮤지컬 이어 대중적 가곡 도전"
음악 경연 팬텀싱어 시즌1 우승자
서울대 성악과 '엘리트 코스' 걷다
대중음악과 크로스오버 나서
"왜 그런 음악 하냐" 핀잔 들었지만
'관객 없으면 예술 없다' 생각에 도전
뮤지컬 '삼총사''클림트' 동시 주연
세밀한 연기와 동작 익히면서
뮤지컬만의 문법에 적응중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요? 성악을 대중음악과 버무린 ‘포르테 디 콰트로(포디콰)’가 클래식 음악의 격을 떨어뜨린다고 낮춰보는 일부 보수적인 시선도 있지만, 저는 반대로 딱딱하고 어려운 클래식의 문턱을 낮췄다고 생각합니다.”
크로스오버 음악(퓨전 음악) 열풍을 불러일으킨 그룹 포디콰의 테너 김현수(35)는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포디콰는 2017년 국내 첫 크로스오버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1’에서 우승한 남성 4중창 그룹. 바리톤, 테너 등 남성 성악가 4명이 가곡부터 대중가요까지 여러 장르의 노래를 부른다. 클래식 명곡을 4중창으로 편곡하거나 윤종신이 작곡한 대중가요 ‘마지막 순간’을 성악 스타일로 부르는 식이다. 콘서트마다 표가 매진돼 ‘크로스오버 아이돌’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김현수는 서울대 성악과 석사까지 마쳤다. 정통 성악가로 가는 ‘엘리트 코스’를 걷다가 돌연 해외 유학을 포기하고 크로스오버로 눈을 돌렸다.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어느 순간 ‘청중이 없는 예술이 무슨 소용 있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성악을 대중음악과 접목한 크로스오버 장르였다”고 했다. 이어 “결국 ‘성악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오페라에만 매달릴 필요 없다. 나만의 예술적인 개성을 찾아 더 많은 관객과 만나자’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덧붙였다.
김현수는 팬텀싱어 출연 전에도 ‘벨트라움’이란 크로스오버 그룹을 만들어 활동했다. 전국 방방곡곡의 행사를 찾아다녔고, 결혼식 축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공연장에서 관객의 환호 소리를 듣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내가 원한 게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관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갔다”고 말했다. “제주의 한 호텔 수영장에선 2~3명을 놓고 노래했었죠. 관객보다 노래하는 사람이 더 많았어요.(웃음)”
그러다 보니 보수적인 클래식 음악계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서울대 음대 대학원 재학 시절 학교 곳곳에 그가 붙인 ‘팬텀싱어’ 홍보물이 찢기기도 했다고. 김현수는 “처음엔 선생님과 동료들이 ‘무슨 그런 음악을 하냐’고 눈총을 줬다”며 “크로스오버가 클래식 음악의 문턱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는 평가에 기여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뮤지컬 배우에 도전해 지난 16일 동시 개막한 뮤지컬 ‘삼총사’와 ‘클림트’에 주연으로 각각 출연하고 있다.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 ‘삼총사’는 17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왕실 총사가 되길 꿈꾸는 청년 ‘달타냥’과 왕의 친위부대 삼총사의 모험, 우정을 다룬 작품이다. 김현수는 로맨티스트 ‘아라미스’를 연기한다. 그가 대형 뮤지컬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세밀한 연기나 동작 등을 익히면서 뮤지컬만의 문법에 적응 중”이라고 말했다. ‘삼총사’는 오는 11월 6일까지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클림트’는 내년 1월 24일까지 서울 성수동1가 서울숲 씨어터 2관에서 공연한다.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를 주인공으로 한 창작 뮤지컬 ‘클림트’에서 김현수는 주인공 클림트 역을 맡았다.
이뿐만 아니다. 다음달 2~3일 포디콰 멤버로 ‘언플러그드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마이크 등 확성장치를 최소화하고 전자 악기 대신 어쿠스틱 악기 위주로 편성한 콘서트다. 같은 달 27일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리는 마티네콘서트에선 클래식 음악 해설자로 나선다.
김현수는 관객을 만날 수 있다면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대중적인 가곡으로 꾸린 앨범도 내고 싶고, 작은 카페에서 하우스콘서트도 열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어떤 ‘성공 모델’을 따라갈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제게 맞는 길을 스스로 만들어 나갈 겁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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