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동상 조각가 김영원의 붓질..'그림자의 그림자' 개인전

김경윤 2022. 9. 1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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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캔버스 위를 시원스레 가로지르는 붓질에는 형상도, 거창한 의미도 없다.

그저 명상을 통해 한바탕 기(氣)의 흐름을 받아들인 뒤 팔을 자유롭게 움직여 무념무상과 무위의 결과물을 담았다.

김 작가는 개인전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청작화랑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공명상을 활용해 작품들을 만들게 된 배경과 과정을 밝혔다.

김 작가는 우연한 기회에 기공명상을 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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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氣춤 추다가 '탁탁탁' 그려"..무념무상 구현한 명상예술 회화작품 선보여
김영원 작가 작품 이미지 [청작화랑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큰 캔버스 위를 시원스레 가로지르는 붓질에는 형상도, 거창한 의미도 없다.

그저 명상을 통해 한바탕 기(氣)의 흐름을 받아들인 뒤 팔을 자유롭게 움직여 무념무상과 무위의 결과물을 담았다.

광화문 세종대왕동상을 만든 원로 조각가 김영원(75) 개인전에는 이례적으로 조각 대신 이 같은 '명상예술'의 일환인 회화 작품이 주로 자리를 채웠다.

김 작가는 개인전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청작화랑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공명상을 활용해 작품들을 만들게 된 배경과 과정을 밝혔다.

그는 "붓에 물감을 찍은 뒤 5분에서 10분 정도 '기(氣) 춤'을 추다가 몸에서 긴장이 완전히 빠지고 기가 출렁일 때 한 번에 '탁 탁 탁' 그리는 것"이라고 작업방식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역시 '액션 페인팅'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의심도 했지만, 그것은 구성을 생각해서 뿌리는 것"이라며 "(명상예술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나오는 무위의 행위, 무위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김영원 작가의 '콜라쥬+ 18-5, 그림자의 그림자' [청작화랑 제공]

김 작가는 우연한 기회에 기공명상을 접하게 됐다.

조각상을 만든 뒤 해체하고 재조합한 '중력 무중력' 시리즈를 작업하면서 급격히 나빠진 건강을 되돌리려던 노력이 그 시작점이다.

그는 "내가 만든 작품을 내가 깨다 보니 몸이 같이 망가지더라"며 "1990년 3월 명상으로 몸을 회복하자는 친구에게 이끌려 기공명상을 접했다"고 말했다.

이를 예술로 승화하게 된 계기는 1994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였다.

당시 비엔날레 주제가 '예술을 지탱하는 지지체는 무엇인가'라는 화두였기에 이를 고민하다가 서양 예술의 근간에는 플라톤의 이데아, 즉 사유 관념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설명이다.

김 작가는 '중력 무중력' 역시 이데아의 변종에 불과하다고 느꼈다며 우리의 예술이 서양의 아류가 되지 않으려면 동양적인 새로운 정체성이 필요하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우리의 모든 현대문화는 세계 무대에서 나름대로 활동하고 인정도 받고 있지만, K-아트는 그렇지 못하다"며 "그 원흉은 우리에게 정체성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노장사상과 선(禪) 등 동양적인 뿌리에 바탕을 두고 명상을 통해 무아지경의 순간에 들어설 때 작업하는 명상예술 작품을 만들게 됐다.

이후 약 30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들을, 이번에는 평면 회화작품을 중심으로 첫선을 보이게 된 셈이다.

김 작가는 "완전히 평면 회화를 시작한 2018년도부터 약 1천500점 정도 제작했다"며 이 같은 명상 예술 회화를 중심으로 한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둥을 세워두거나 흙 표면에 작업한 명상예술 작품들은 내년 봄께 모아서 별도 전시할 예정이다.

전시는 10월 10일까지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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