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동상 조각가 김영원의 붓질..'그림자의 그림자'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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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캔버스 위를 시원스레 가로지르는 붓질에는 형상도, 거창한 의미도 없다.
그저 명상을 통해 한바탕 기(氣)의 흐름을 받아들인 뒤 팔을 자유롭게 움직여 무념무상과 무위의 결과물을 담았다.
김 작가는 개인전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청작화랑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공명상을 활용해 작품들을 만들게 된 배경과 과정을 밝혔다.
김 작가는 우연한 기회에 기공명상을 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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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큰 캔버스 위를 시원스레 가로지르는 붓질에는 형상도, 거창한 의미도 없다.
그저 명상을 통해 한바탕 기(氣)의 흐름을 받아들인 뒤 팔을 자유롭게 움직여 무념무상과 무위의 결과물을 담았다.
광화문 세종대왕동상을 만든 원로 조각가 김영원(75) 개인전에는 이례적으로 조각 대신 이 같은 '명상예술'의 일환인 회화 작품이 주로 자리를 채웠다.
김 작가는 개인전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청작화랑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공명상을 활용해 작품들을 만들게 된 배경과 과정을 밝혔다.
그는 "붓에 물감을 찍은 뒤 5분에서 10분 정도 '기(氣) 춤'을 추다가 몸에서 긴장이 완전히 빠지고 기가 출렁일 때 한 번에 '탁 탁 탁' 그리는 것"이라고 작업방식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역시 '액션 페인팅'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의심도 했지만, 그것은 구성을 생각해서 뿌리는 것"이라며 "(명상예술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나오는 무위의 행위, 무위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우연한 기회에 기공명상을 접하게 됐다.
조각상을 만든 뒤 해체하고 재조합한 '중력 무중력' 시리즈를 작업하면서 급격히 나빠진 건강을 되돌리려던 노력이 그 시작점이다.
그는 "내가 만든 작품을 내가 깨다 보니 몸이 같이 망가지더라"며 "1990년 3월 명상으로 몸을 회복하자는 친구에게 이끌려 기공명상을 접했다"고 말했다.
이를 예술로 승화하게 된 계기는 1994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였다.
당시 비엔날레 주제가 '예술을 지탱하는 지지체는 무엇인가'라는 화두였기에 이를 고민하다가 서양 예술의 근간에는 플라톤의 이데아, 즉 사유 관념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설명이다.
김 작가는 '중력 무중력' 역시 이데아의 변종에 불과하다고 느꼈다며 우리의 예술이 서양의 아류가 되지 않으려면 동양적인 새로운 정체성이 필요하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우리의 모든 현대문화는 세계 무대에서 나름대로 활동하고 인정도 받고 있지만, K-아트는 그렇지 못하다"며 "그 원흉은 우리에게 정체성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노장사상과 선(禪) 등 동양적인 뿌리에 바탕을 두고 명상을 통해 무아지경의 순간에 들어설 때 작업하는 명상예술 작품을 만들게 됐다.
이후 약 30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들을, 이번에는 평면 회화작품을 중심으로 첫선을 보이게 된 셈이다.
김 작가는 "완전히 평면 회화를 시작한 2018년도부터 약 1천500점 정도 제작했다"며 이 같은 명상 예술 회화를 중심으로 한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둥을 세워두거나 흙 표면에 작업한 명상예술 작품들은 내년 봄께 모아서 별도 전시할 예정이다.
전시는 10월 10일까지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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