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부담 완화 잘하는 일"..韓 경제개혁 힘실은 OECD
재정준칙 법제화 고무적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시급
기초연금 수혜대상 줄이고
1인당 지원액은 높여야
韓 내년 성장률 2.2%로 낮춰
OECD는 한국의 정부부채가 주요국 대비 낮은 편으로, 아직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이에 따른 사회 안전망 확충의 필요성으로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올해 50% 수준인 정부 부채비율이 2060년 150.1%로 3배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OECD는 이 경우 재정 안정을 위해 2060년까지 GDP의 약 10%에 달하는 추가 수입이나 지출 삭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OECD는 한국이 점진적인 재정건전성 강화와 동시에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인 재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연금제도를 종합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게 OECD의 분석이다.
OECD는 국민연금에 대해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2034년까지 65세로 점차 상향 조정될 예정이지만 해외와 비교해 여전히 낮다"며 "소득대체율과 기여율을 확대하고 개시 연령을 기대수명과 연계해 계속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초연금은 수혜 대상이 지나치게 많은 반면 개별적인 지원 수준은 낮은 점을 지적하며, 수혜 대상을 줄이고 개별 급여액은 상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류세 인하에 대해서는 "(유류세 인하 같은) 보편적 지원은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혜택은 고소득층에 집중된다"며 "장기화 시 에너지 과소비를 유발하고 기후변화 목표에도 역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는 정부의 구조개혁 과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정부가 추진 중인 종부세 개편에 대해서는 "최근 급격한 종부세 인상으로 납세자의 수용성 저하, 세 부담의 임차인 전가 등 문제점이 발생했다"며 "세 부담 방식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고, 정책의 잦은 변경을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도소득세 한시 인하는 유휴 주택의 시장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고, 핵심 전략물자의 공급망 안정을 위한 공급망 기본법 제정도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에 대해 빈센트 코엔 OECD 경제검토국 부국장 직무대행은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섰기 때문에 한국의 인플레이션이 다른 나라에 비해 그나마 억제됐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3% 이내로 묶고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통제하는 내용의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OECD는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OECD는 한국 경제의 고질병인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변동성을 비롯해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OECD는 특히 보고서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청년고용 증대 정책'에 대한 정책을 우선 과제로 권고했다.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와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및 사회보장 격차를 키우고, 이는 청년고용은 물론이고 출산율에까지 영향을 미쳐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OECD는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로 임금 격차가 발생하고, 이는 유능한 인재의 중소기업 기피로 이어져 생산성이 저하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OECD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정규직 근로자 보호를 완화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과 직업훈련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생산성이 낮은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은 축소하고, 규제는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8%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2.3%에서 3.7%로 올라가면서 소비가 경제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9.2%에서 4.7%로 반 토막 수준으로 내려갔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를 반영해 기존 전망치(2.5%) 대비 0.3%포인트 낮아진 2.2%로 제시했다.
올해 5.2%로 올려 잡은 물가상승률 전망은 내년에도 3.9%로 4%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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