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복지시스템으로 첫 급여 지급..윤 정부 '약자 복지' 기조에 시민단체들 "민영화 규탄"
정부가 20일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처음으로 정기 복지 급여를 지급한다. 2차 개통한 지 2주 만이다. 정부는 새 시스템 개통이 위기가구 발굴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민단체는 시스템에 앞서 근본적으로 복지재정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의 ‘약자 복지’ 기조를 두고도 시민단체는 “사회서비스의 민영화”라고 비판한다.
20일 생계급여 등 30종 급여 지급
19일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정보원에 따르면 정부는 20일 기초생활보장제 생계급여, 주거급여, 장애인연금 등 30종의 9월 정기급여를 지급한다. 대상자는 약 449만명, 급여액은 8954억원이다. 이어 23일(통상 25일)엔 기초연금, 아동수당, 양육수당 등 7종의 급여(약 922만명, 약 2조400억원 예상)가 지급된다. 매월 해오던 급여 지급이지만, 지난 6일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개통한 후 일부 사회복지시설에서 시스템 접속 장애가 발생했던 만큼, 일각에선 정기급여 지급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도 나온다.
전병왕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스템 개통 직후 약간 매끄럽지 않았으나, 사회보장급여가 필요한 분들에게 제때 지급되도록 여러 장애를 해결하고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20일 지급 예정 급여액의 85%(생계급여는 98%)가 지자체 예산집행 시스템을 통해 지급 준비를 마쳤고, 밤 사이 관련 절차를 완료할 것이라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정기급여 마감일 이후에 급여 대상자로 확정된 경우라도, 급여가 곧바로 지급될 수 있도록 추가 지급 기간도 통상(26일부터 말일까지) 보다 당겨 이번 달엔 21일부터 시작된다.
차세대 사회보장시스템 구축사업은 근 10년 사이 복지수요가 크게 늘고, 현금급여 외 서비스 제공 형태로 복지사업이 다각화되면서 그 필요성이 대두됐다. 사업기간은 2020년 4월부터 올 연말까지로, 예산은 1907억원이다. 이용가능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늘려 지난해 9월 1차, 올 9월 2차 개통했다. 현재 여러 전산망을 중앙·지차체 공무원용(행복이음), 사회서비스 제공 기관용(희망이음), 일반 국민용(복지로) 등 3개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기능도 보강했다. 11월 3차(사회서비스 확대), 12월 4차(통계시스템 통합) 개통을 앞두고 있다.
‘포용복지’→‘약자복지’로··· “복지 민영화 정책 규탄”
지난달 수원 세 모녀 사망사건에 이어 자립준비청년의 극단적 선택도 잇따르면서 복지 사각지대가 재조명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해당 사건들을 언급하며 “특단의 조치”“이런 부분에 쓸 돈은 쓰겠다”며 취약계층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복지부는 당시 대책 가운데 하나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2차 개통으로 복지멤버십에 전 국민이 가입할 수 있게 되고 위기가구 발굴정보도 34종에서 39종으로 늘어나 사각지대 발굴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정보만 쌓아놓는 식으로는 사각지대 발굴에 한계가 있고, 사회복지 전담공무원들의 업무량이 많이 늘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대명 사회보장정보원장 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정보시스템만으로 사각지대 문제가 해결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웃, 사회복지공무원, 정보시스템의 3박자가 같이 굴러가야 하고, 사회보장정보원도 실제 위기가구 발굴하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현 정부의 ‘약자 복지’ 기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앞서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지난 15일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를 설명하면서 현금 복지는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하고, 서비스복지는 민간 중심으로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전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는 ‘포용적 복지국가’로, 보건복지 서비스의 정부 책임 확대였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정치하는엄마들 등 시민단체들은 1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와 관련해 “사회서비스를 민간에 맡기겠다는 것은 공공성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거스르겠다는 선언”이라며 “민영화 기조에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내년도 보건복지 분야 예산은 기준중위소득 인상에 따른 저소득계층 생계비와 기초연금 찔끔 인상 외 공공성이 담보된 인프라 확충 예산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부자 감세를 대대적으로 펴면서 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복지예산은 민간에 맡기거나 각자도생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도 돌봄과 의료 등 사회서비스의 상당 부분은 민간이 담당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자인 시민들이 일정 비용을 지출하고 있고, 또 관련 종사자들의 처우는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단체들은 민간 주도로 체계를 재편한다면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은 후퇴할 것이라 우려한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약자 복지’를 내세우며 과거 복지정책을 ‘정치복지’로 규정한 데 대해서도 “실체가 불분명하고 기존 복지 확대 노력을 통제하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고 봤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약자 중심의 두터운 보장의 복지정책을 위해서는 협소한 대상 선정기준과 낮은 급여 수준을 현실화하는 기준 개선 등 실질적인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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