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오름, 습지 보전하면 보상..제주형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도입

박미라 기자 2022. 9. 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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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곶자왈. 제주도 제공
지난 5월 제주 금오름 분화구. 탐방객들이 오름 분화구를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고, 탐방로와 연결된 정상부는 암반이 드러날 정도로 훼손됐다. 박미라 기자
26일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착수 내년 8월까지
현행 제도는 철새 먹이·쉼터 제공 위주 사업 운용
제주, 대상지와 사업유형 광범위하게 선정 2024년 시행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암괴지대 위 나무와 덩굴 식물 등이 뒤섞인 원시림 ‘곶자왈’은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는 곳으로 ‘제주의 허파’로 불린다. 특히 많은 비가 와도 주변으로 흘러넘치지 않고 지하로 흘러내려 가 지하수 함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제주 곶자왈의 60%는 사유지로 언제든 개발의 압력에 노출돼있다. 오름 역시 63%가 사유지다. 일부 사유지 오름은 많은 탐방객에 의해 훼손되고 있지만 소유주가 원하지 않으면서 보전 정책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제주도가 곶자왈과 오름, 하천 등 지역의 생태계를 보전하면 적절한 보상을 하는 ‘제주형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도입에 시동을 걸었다. 규제가 아닌 인센티브 방식으로 토지소유자, 주민의 환경 보전 의지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제주도는 오는 26일 제주도청에서 ‘제주형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해당 용역은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내년 8월까지 수행한다.

생태계서비스란 인간이 생태계로부터 얻는 모든 혜택을 의미한다. 인간이 생태계로부터 얻는 식량과 물, 목재부터 생태계가 지닌 기후조절, 탄소흡수, 자연을 즐기는 휴양과 관광, 예술적 영감까지 모두 생태계서비스에 포함된다.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는 보호지역이나 생태우수지역의 토지소유자, 지역주민 등이 이러한 생태계서비스의 보전과 증진을 위한 활동을 할 때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환경부에서도 실시 중으로, 전국 31개 지자체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대부분 습지, 저수지, 4대강을 중심으로 철새 먹이 제공, 계약 경작 등과 같은 철새 보호 위주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철새도래지 주변 농경지에서 친환경 농업으로 벼와 보리 등을 경작하거나 벼 수확 후 볏짚을 그대로 둬 철새에게 먹이와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제주에서도 하논분화구에서 철새 먹이 제공 사업을 통해 지난해 국비를 포함해 670만원 가량을 보상받았다.

제주도는 이번 용역을 통해 한발 더 나아간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는 곶자왈과 오름, 습지 등 다양한 생태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도 전역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만큼 보다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사업을 운용한다는 것이다.

이번 용역에서는 제주형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도입을 위해 다른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법정보호지역 위주의 철새 보호 활동뿐만 아니라 곶자왈, 오름, 하천 등 제주의 환경 여건에 맞는 대상지와 선정 기준, 도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유형 발굴, 적정 보상단가, 사후관리 등을 다룰 예정이다.

제주형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는 내년 용역이 끝나는 대로 기준을 설정해 시범사업을 하고,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제주도는 이 제도가 제주의 환경보전의 패러다임을 규제 중심에서 인센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희영 제주도 환경수도팀장은 “생태계 보전을 위해 관리할 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와 환경보전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또 전문가와 농업인, 지역주민, 환경단체, 공무원 등 15명으로 제주형 생태계서비스지불제 계약 추진협의체를 구성했다. 추진협의체는 이번 용역 내용을 자문하고, 시범사업을 추진할 때 대상자 선정과 교육, 모니터링 등을 돕는다.

허문정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규제 중심의 환경보전 정책에 따라 사유권 제약으로 개발과 보전 사이에서 갈등이 초래되고 있다”면서 “생태계서비스지불제의 전면 시행은 민간 참여로 환경자산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공익적 보상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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