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그룹 황동일 "유니폼 모아둘걸 그랬나봐요"

류한준 2022. 9. 1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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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이구동성이다. "이렇게까지 이슈가 되고 많은 관심이 있을거라고 생각못했죠."

베테랑 세터 황동일은 지난 15일 한국전력에서 OK금융그룹으로 이적했다. 자신에게 너무나 익숙한 트레이드를 통해서다.

황동일이 OK금융그룹으로 가게 되면서 V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는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프로배구 출범 후 남녀부 통틀어 전 팀에서 뛴 최초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전력에서 OK금융그룹으로 트레이드된 황동일이 선수단 합류 첫날인 지난 16일 연습을 마친 뒤 코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포토 DB]

그는 경기대 졸업반이던 지난 2008-09시즌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우리캐피탈(현 우리카드)에 1라운드 4순위로 지명됐다. 그런데 그는 우리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V리그 코트에 데뷔하지 못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LIG 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으로 이적했다. 당시 해당 트레이드도 인해 '황동일 룰'이 생겼다. 1라운드 지명선수를 신인 시즌에 트레이드 할 수 없다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대학시절부터 왼손잡이 장신세터로 주목을 받은 황동일은 LIG에서 자리를 잡나 싶었으나 이후 계속 팀을 옮겼다. 대한항공을 거쳐 삼성화재, 현대캐피탈로 이적했다. 그러자 '저니맨'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었다.

한국전력 세터 황동일은 지난 16일 트레이드를 통해 OK금융그룹으로 이적했다. [사진=발리볼코리아닷컴]

◆농담이 현실로

황동일은 현대캐피탈 이적 후인 2019년 여름 '아이뉴스24'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러다가 V리그 모든팀에서 뛰는 게 아니냐?"는 말을 했다.

그는 2020-21시즌 초반이던 2020년 11월 13일 현대캐피탈을 떠나 한국전력으로 짐을 꾸려 떠났다. 황동일은 이때에는 "이팀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일까. 황동일은 결국 OK금융그룹 유니폼을 입게됐다. 이적 후 새식구들과 처음 상견례를 한 16일 경기도 용인시 포곡에 있는 대웅제약연구소내 OK금융그룹 배구단 전용체육관에 만난 황동일은 "정말 전 구단 이적이 현실이 됐다"며 "나 또한 이 사실이 실감이 잘 안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OK금융그룹이 황동일을 영입한 이유는 있다. 권준형(세터)의 부상으로 인해 백업 세터 보강이 필요했다.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일단 한국전력에선 트레이드 후보가 황동일을 포함해 3명이었다"며 "고민을 많이 했다. 다른팀 백업 세터도 영입을 위해 알아봤는데 황동일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영입한 이유에 대해선 "무엇보다 팀 분위기를 바꿔줄 수 있는 선수라고 봤다"며 "현재 주전 세터로 뛰는 곽명우도 그렇고 내년 2월 군 전역 예정인 이민규(세터) 모두 코트 안에서 조용한 스타일이다. 황동일은 일단 코트 안에서 활력이 넘친다. 그리고 그동안 V리그에서 뛰며 경험치도 충분히 쌓였다.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고 얘기했다.

세터 황동일은 한국전력에서 OK금융그룹으로 트레이드돼 V리그 남자부 전구단(7팀)에서 뛰게 됐다. 그는 OK금융그룹에서 현대캐피탈 시절 달았던 19번을 다시 사용한다. [사진=현대캐피탈 배구단]

◆기억에 남을 한국전력 시절

황동일은 "하승우(세터)가 한국전력으로 온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때는 '내가 팀을 또 옮길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국전력은 지난달(8월) 31일 우리카드와 트레이드를 통해 하승우를 영입했다.

이렇게 되자 한국전력에는 황동일을 비롯해 김광국, 이민욱까지 세터 4명이 됐다. 해당 포지션에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을 맞이했다.

황동일은 "솔직히 우리카드로 갈 줄 알았는데 트레이드에 내가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당시 우리카드로 이적한 오재성(리베로)이가 충격을 좀 받았다. 프로 데뷔팀에서 오랜 기간 뛰었기 때문에 그랬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트레이드라면 낯설지 않은 황동일은 후배 오재성을 달랬고 위로했다.

그런데 황동일도 오재성 이적 후 보름 뒤 한국전력을 떠나게 됐다. 황동일은 "트레이드된 당일 (오)재성이게 전화가 왔다. 재성이가 '형도 또 이적하네요'라고 말하더라"며 "예전 이적때보다 주변 지인과 친구들에게 연락이 너무 많이 오더라"고 웃었다.

석 감독도 "이렇게 많은 연락이 올 줄 몰랐다"고 할 정도다. 황동일은 "가족들은 오히여 의연하다"면서 "나도 덤덤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력에서 짐을 정리하고 나올 때 선수들 미팅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눈물이 좀 났다. 현대캐피탈에서 함께 이적했던 신영석(미들 블로커)와 삼성화재에서 함께 뛴 박철우(아포짓) 형이 눈에 들어오는데, 아 정말 그때부터 몸이 떨리더라"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세터 황동일은 우리캐피탈(현 우리카드)에 드래프트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LIG손헤보험(현 KB손해보험)으로 이적했다. 그는 이후 대한항공,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한국전력을 거쳐 지난 16일 OK금융그룹 유니폼을 입게 됐다. 사진은 삼성화재 시절 황동일. [사진=발리볼코리아닷컴]

◆다시 만난 레오

황동일은 "현대캐피탈로 이적했을 때는 '오기'가 있었다. 한국전력으로 왔을 때는 정말 분위기가 좋았다. 장병철 전 감독도 그렇고 권영민 감독도 그렇고 (박)철우 형, (신)영석이, 김광국, 서재덕 등 팀 동료들과 손발도 잘맞았다. 그래서 여기가 정말 내 프로생활 마지막 팀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그런데 프로선수라면 타의든, 자의든 이적이 숙명이나 마찬가지다. 트레이드도 이제는 색다른 일이 아니다. 황동일은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 지금도 있다고 생각하니 다행이기도 하다"며 "OK금융그룹에서는 석 감독이 얘기한 것처럼 활력소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OK금융그룹에서는 19번을 배번으로 사용한다. 현대캐피탈 이적때 달았던 번호고 이적하기 전 한국전력에서 바꾼 번호다(그는 지난 시즌 6번을 달았다). 황동일은 자신의 7번째 팀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삼성화재 시절 함께 뒨 레오(쿠바)다. 선수단 합류 당일인 16일 팀 연습을 통해 레오에게 오랜만에 패스(토스)를 보냈다. 그는 "레오는 여전히 공을 잘 때린다"며 "정규 시즌이 개막하면 레오와 손발을 다시 맞출 생각에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OK금융그룹 세터 황동일이 대한항공 시절인 지난 2013 안산·우리카드 컵프로배구대회 조별리그 경기 도중 패스(토스)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발리볼코리아닷컴]

◆최다 이적 아이콘을 넘어

"이제 더 이상 이적할 팀이 없는 셈이네요." 황동일은 평소 쾌활한 성격답게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특별상을 만들어주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고 농담을 건넸다.

전 구단 이적은 국내 다른 프로스포츠 그리고 해외배구계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V리그가 7개팀으로 해외배구리그와 견줘 참가 팀 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황동일은 이번 트레이드로 인해 '이정표' 하나는 제대로 세웠다.

그는 "예전에는 트레이드가 된 뒤 솔직히 화가 났을 때도 있고 내 자신에게 실망도 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은퇴를 해 코트를 떠날 때까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를 필요로 한 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 남아있는 유니폼이 한국전력 뿐"이라며 "신인 때 받은 우리캐피탈부터 LIG, 대한항공,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유니폼이 없다"고 얘기했다. 그동안 팬이나 지인들에게 선물로 줬기 때문이다.

황동일은 "이럴줄 알았으면 하나씩 보관해 둘 것 그랬다"며 "KOVO에서 그동안 내가 뛴 팀들의 유니폼을 제작해줬으면 좋겠다"고 다시 한 번 웃었다.

황동일(왼쪽에서 두 번째)이 프로 데뷔 2년 차인 LIG손해보험 시절 2009-10시즌 NH 농협 V리그 올스타전에 참가해 발로 디그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용인=류한준 기자(hantae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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