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뒤에서 스며나오는 희망의 빛
이한나 2022. 9. 19. 16:06
서양화가 이길혜 개인전
10월3일까지 인사갤러리
10월3일까지 인사갤러리
회색 먹구름도 가장자리는 뒤편에서 비추는 햇살로 빛난다. 지상 위 하늘로 영적 여행을 떠나기 위한 풍경에는 고요한 평화가 감돈다.
중견 서양화가 이길혜(73) 개인전이 서울 마포구 메세나폴리스 2층 인사갤러리에서 10월 3일까지 열린다. 9년 만에 개인전을 여는 작가가 22점을 선보였다. 수십년간 공들여온 주제 '실버라이닝 (Silver Lining)'을 탐구한 연작들이다. 실버 라이닝이란 요즘처럼 비가 자주 내리는 날씨 먹구름 가장자리에 은은히 빛나는 은빛 테두리를 말한다. 영국 작가 존 밀턴이 쓴 가면극 '코머스(Comus, 1634)'에서 처음 사용된,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이란 말처럼 누구에게나 비춰오는 긍정과 희망의 상징이다.
청명한 배경 속에서 구름들은 고요하다. 둥실 떠있는 구름들은 과거의 추억과 시간, 상념, 복잡하고 질척되는 세상 사연을 초월하는 영적이고 초월적인 존재들이다. 작가는 관람자들을 평온하고 아름다운 피안의 세계로 안내한다.
작가는 안료를 소중한 추억처럼 조심히 다룬다. 물성을 강조하기 위해 질료를 도드라지게 중첩하는 마띠에르를 거부하고 느린 속도로 곱게 갈아 섞어 여러 빛깔을 캔버스 위에 침착하게 쌓아 올린다. 밑칠을 하고 그 위에 유채물감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각자의 색을 중첩시켜 하나의 통일된 색을 이룬다. 그 느낌이 오묘하다. 그렇게 뽀얗게 쌓인 질료 사이로 타원형 이미지로 단순화된 구름은 은빛 희망의 테두리가 은은하게 빛난다.
이제껏 작가가 그래왔듯이 바람 불면 부는 대로 흐르고 떠오르고 날아간다. 고요하고 조화로운 캔버스 안에 떠있는 여러 겹의 실버라이닝들은 그 어떤 드라마틱한 구원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함께 천천히 다가와 스며드는 참선적 구원을 보여준다.
서성록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는 "이길혜의 근작들은 기존의 낮은 채도로 은은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분홍 노랑 등 순도 높은 색상을 구현해 선명하고 활기찬 분위기를 풍긴다"고 밝혔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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