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가기관 성폭력 여가부 '늦장 통보' 22.8일, 안 해도 그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가기관이 기관 내 성폭력 사건을 확인하고도 평균 3주가 지나 여성가족부에 '늑장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 있기 전 벌어진 사내 성폭력(불법촬영) 사건이 여가부에 보고 되지 않은 것을 두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16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관 성폭력 사건이) 여가부 장관에게 아주 빠른 시일 내에 통보될 수 있는 시스템과 미통보시 할 수 있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정안 시행 뒤 국가기관 36곳, 41건 보고
100일 넘겨 늑장 통보한 기관도 여럿
양이원영 "시스템 없어 공문을 수기 집계"
국가기관이 기관 내 성폭력 사건을 확인하고도 평균 3주가 지나 여성가족부에 ‘늑장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 있기 전 벌어진 사내 성폭력(불법촬영) 사건이 여가부에 보고 되지 않은 것을 두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16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관 성폭력 사건이) 여가부 장관에게 아주 빠른 시일 내에 통보될 수 있는 시스템과 미통보시 할 수 있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18일 <한겨레> 요청으로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여성가족부에게 제출받은 ‘국가기관별 성희롱·성폭력 사건 현황’을 보면, 지난해 7월13일부터 올해 8월까지 36개 국가기관이 성희롱·성폭력 41건을 여가부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장이 성폭력 사건을 인지하고 여가부에 통보하기까지는 평균 22.8일이 걸렸다. 지난해 7월13일 시행된 성폭력방지법(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국가기관장이 해당 기관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피해자의 명시적인 반대가 없으면 ‘지체없이’ 그 사실을 여가부 장관에게 통보하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법 위반 시 ‘제재 조항’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기관 인지와 여가부 통보 사이 기간이 3달을 넘긴 국가기관도 3곳이나 됐다. ㄱ기관은 성폭력 사건을 올해 3월17일에 인지하고 123일이 지난 7월18일에 여가부에 보고했다. ㄴ기관은 성폭력 사건 2건을 4월14일과 5월6일에 인지하고 이를 각각 117일, 95일 뒤인 8월9일에 여가부에 보고했다. ㄷ기관은 5월16일에 인지한 사건을 102일 뒤인 8월26일에서야 보고했다.
ㄴ기관처럼 한 기관에서 성폭력 사건이 중복해 발생한 경우도 3곳 더 있었다. ㄹ기관에서는 3건(지난해 8월, 올해 4월, 5월)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고, ㅁ기관(지난해 10월, 올해 2월)과 ㅂ기관(2건 모두 올해 2월)에서는 2건의 성폭력이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기관이 여가부에 성폭력 사건을 통보하기까지의 기간은 1~25일이었다.
국가기관의 장은 성폭력을 확인한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여가부 장관에게 재발방지대책을 제출해야 한다. 여가부는 기한 내 재발방지대책을 제출한 국가기관이 28곳, 기한을 넘겨 제출한 기관이 11곳(같은 기관에서 재발방지대책을 2건 이상 제출한 경우 1건이라도 기한을 지나면 포함)이라고 밝혔다.
<한겨레>가 양이원영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각 기관의 재발방지대책을 보면, 기관마다 대책의 수준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질병관리청은 재발방지대책에 “고충상담원 안내 공지 및 교육 이수 독려(2022년 8월)”라고 한 줄 제출했는데, 문화재청은 고충상담원의 성별, 직급, 전문교육 이수 여부 등 구체 사항을 모두 제출했다.
여가부는 ‘성희롱·성폭력 사건통보 및 재발방지대책 접수 및 현장점검 규정’에 따라 대책이 미흡하면 서면 점검 및 보완 요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가부는 “점검‧보완 요청 횟수는 별도 집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양이원영 의원은 “성희롱·성폭력 관련 시스템이 없어 부처 간 공문을 수기로 집계하는 실정”이라며 “여가부가 국가기관의 성폭력 사건을 늦게 파악하면 피해자의 회복이 더뎌지거나 2차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부처 간 통보·접수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윤 대통령, 여왕 장례식 전 ‘참배’ 왜 못했나…교통 상황 vs 사전 조율
- 한덕수, 김건희 특검에 “여론조사만 보고 하지는 않으리라 생각”
- 노동에 적대적인 노동운동가 출신…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유력?
- 주호영 19표차 신승…사실상 ‘추대’라더니 “만세도 찔끔”
- ‘스토킹 살인’ 31살 전주환 신상공개…“범죄 잔인성 등 고려”
- [단독] 스토킹 112 신고 10명 중 7명은 여성…“전형적 젠더 폭력”
- 김현숙 여가부 장관, 윤석열 정부의 ‘홍길동’인가 [김영희 칼럼]
- 울산 동쪽 해상에서 규모 4.6 지진…울산·부산 등 흔들림 감지
- 지팡이를 부러뜨려…엘리자베스 2세의 70년 재위 끝 알린다
- 민주 “전투화값 310억 삭감” 주장에…국방부 “단가 하락” 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