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간호법 제정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

국제신문 2022. 9. 1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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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요양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어 14년째 접어들고 있다. 방문간호는 간호사가 집에 있는 장기요양대상자를 방문해 혈압·혈당·영양관리·대소변 상태 등을 확인하거나 보호자를 교육·상담하는 장기요양서비스의 한 종류이다.

박영숙 행복한실버홈 시설장·방문간호사회 회장


이러한 서비스를 받으려면 의사 지시서가 있어야 한다. 의사지시서를 받는 방법은 대상자가 병원을 방문하거나, 의사가 대상자를 방문해 상태를 확인한 후 지시서를 발부를 하는 등 두 가지가 있다. 그러나 의사가 직접 방문해 지시서를 발부하는 사례는 지극히 드물다.

방문간호를 하라는 의사지시서를 받기 위해 방문간호사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모시고 진료실 앞에서 오래 기다려야 한다. 어르신을 모시고 들어가면 30초도 안돼 나온다. 간단한 질문으로 지시서 발부가 끝나는 것이다.

간호사는 이때 ‘담당 의사가 방문간호지시서를 알지 못한다고 발부해 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한다. 지지서를 받지 못 하면 방문간호사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이 일을 그만둬야 하겠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침습적인 행위가 아닌 아주 기본적인 의료 행위임에도 의료법에서 제시하는 간호사의 업무 중 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는 항목 때문에 간단한 행위도 지시서가 없으면 서비스할 수 없다. 거동이 힘든 대상자는 방문간호서비스이용에 대단한 제약이 따르는 것이다.

한번은 어르신 상태가 좋지 않아 왕진을 요청해 본 적이 있다. 선의에 기대어 부탁했다. 돌아온 답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였다. 못 나온단다. 이해는 된다. 현행 의료법의 한계다.

한번은 어느 학교에서 문의가 왔다. 장애 학생이 학교생활 중에 가래나 침을 못 뱉어서 호흡 곤란이 종종 발생하는데 이럴 때마다 가래를 뽑기 위해 집으로 가야 된다는 것이다. 간호사가 학생들이 수업하는 동안 이런 증상이 발생하면 기계로 가래를 빼 주거나 건강관리를 해 줄 수 있는 제도가 있는지 물었다.

현 제도로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의사의 지시가 있어야 하고 학교는 의료기관이 아니기에 간호사가 의료서비스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의 학습권은 어떤 방법으로 보장해 줄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5대 의료인으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가 의료법이라는 하나의 법에 묶여 있다.

현행 의료법이 빠르게 변하고 다양해진 의료 환경에 대처하지 못한 지는 오래됐다. 간호사는 그동안 병원이라는 치료 중심 시설에 있었다. 현재는 병원과 지역사회까지 활동 영역이 확대됐다. 인구 노령화에 따라 치매, 만성질환관리, 질병 예방 등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2017년도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노인의 약 60%가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길 희망한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노령화로 의료비 증가가 기아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병자가 되기 전에 지역에서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는 지역사회통합돌봄에 국민이 동의한다. 그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여러 가지 시범사업이 진행 되고 있다. 노인과 장애인의 의료 및 돌봄 체계 부족으로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의 장기 입원이 증가하는 실정이다.

이렇듯 지역에는 다양한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곳이 많으나 의료인의 업무 범위가 의료기관 내로 한정된 현행 의료법으로 인해 이 모든 것을 막고 있으며 대상자가 병원으로 가야만 해결할 수 있다.

의료가 병원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만성질환 관리로 보건의료의 패러다임이 변하는데도 누구도 이러한 의료법의 문제를 말하지 못 한다. 아주 높은 벽이 있기 때문이다.

간호법이 지난 5월 보건복지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법안 내용을 보면 ▷의사·간호사가 할 일 ▷의료기관의 적정 간호사 수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 ▷간호종합계획 5년마다 수립하고 3년마다 실태조사 ▷환자 안전 위해 적정한 간호사 확보와 배치 ▷간호사 처우 개선 기본지침 개정 ▷간호사 인권 침해 방지·조사 등을 포함한다. 간호사의 업무 안정 및 근무환경이 개선되고 의료종사자 간 협업과 상생으로 국민을 위한 더 나은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인 것이다. 무엇보다 의료기관만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간호사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 지역사회통합돌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다.

이제 더 미룰 일이 아니다. 노인·장애인이 불편한 다리를 끌고 병원을 찾아 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면 의료인이 집으로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꼭 있어야 할 법이 간호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간호법이 반드시 제정되길 간곡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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