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토종 '렉키로나' 2분기 이후 사용량 0..먹는 치료제 당해 내지 못한 주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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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동시에 개발한 세 번째 나라다."
코로나19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 치료제는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뜻하지만 국산 1호 치료제 렉키로나는 사실상 역할을 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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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제의 태생적 한계, 오미크론 변이도 영향
"국산 치료제 개발, 초기 대응은 의미 있어"
"우리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동시에 개발한 세 번째 나라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 치료제는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뜻하지만 국산 1호 치료제 렉키로나는 사실상 역할을 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이후 처방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렉키로나는 1시간 정도 맞는 주사제인데, 먹는 치료제가 수입되면서 투약 편리성 측면에서 밀린 영향이 크다. 여기에 더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도 렉키로나의 수명을 단축했다.
빛바랜 토종 치료제...먹는 치료제의 완승
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는 지난해 2월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건부 허가를 받아 같은 달 중순 투여가 시작됐다. 올해 1분기까지 코로나19에 걸린 5만1,985명에게 사용됐다. 가장 많은 처방이 이뤄진 시기는 델타 변이가 유행한 지난해 4분기다. 2만1,177명이 렉키로나를 맞았다.
이어 올해 1분기 1만2,636명에게 투여됐는데, 질병청 집계로는 3월 5일이 마지막 처방이다. 이후에는 투여 실적이 없다. 질병청은 셀트리온과 렉키로나 7만 명분을 계약해 계산상으로는 약 1만8,000명분이 남았다. 현재로서는 추가 도입 계획도 없다.
반면 올해 1월부터 국내에 들어온 미국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는 이달 15일까지 누적 52만3,294명에게 사용됐다. 렉키로나 처방이 급감한 시기에 팍스로비드 처방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역시 올해 1월 수입된 미국 머크앤드컴퍼니(MSD)의 알약형 치료제 '라게브리오'도 이달 중순까지 렉키로나보다 많은 8만468명에게 처방됐다.
방역당국이 매주 진행하는 정례 브리핑에서도 렉키로나는 언급조차 안 된 지 오래다. 이와 달리 팍스로비드 등 먹는 치료제 처방량, 추가 도입 물량 등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주사제 한계, 오미크론 변이에 희비 갈려
의약품 업계에서는 주사로 투여해야 하는 약은 먹는 약을 당해 낼 수 없다는 게 상식이다. 코로나 치료제뿐 아니라 모든 약이 마찬가지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온 이상 렉키로나의 효용성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또한 렉키로나가 초기 바이러스(우한주)를 기반으로 개발된 것도 중요한 이유다. 렉키로나는 지난해 델타 변이까지 치료 효과가 있었지만 올해 초부터 전 세계로 확산한 오미크론 변이에는 중화능(바이러스 무력화 능력)이 떨어졌다. 이는 미국에서 개발된 항체치료제 리제네론, 릴리도 마찬가지다. 질병청 관계자는 "오미크론 변이에는 기존에 만들어 놓은 항체가 들지 않아 렉키로나 사용을 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우리 기술로 개발해 5만 명 넘는 환자에게 도움을 준 렉키로나지만 지금은 수출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BA.4와 BA.5 같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우세종이 됐기 때문이다. 항체치료제도 변이에 맞춰 개량은 가능하지만 먹는 치료제가 쓰이고 있어 시장성이 적은 게 난관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렉키로나가 유행 초기에 도움이 된 것은 의미가 있다"며 "다만 접근성 측면에서 주사제가 먹는 약제를 이기는 것은 어렵고 치료제 원리상 변이 대응이 용이한 것은 먹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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