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팬 기만한 전용구장 공수표..정치에 상처받은 K리그[SS포커스]

정다워 2022. 9. 19.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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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의 중요성', '날아간 도민들의 꿈', '약속은 지켜라', '우리는 한 곳에 정착을 원한다.' 강원FC 서포터가 18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K리그1 33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보인 현수막 내용들이다.

강원도는 지난 15일 축구전용구장 건립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기존의 순회 경기 체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강원도 대구처럼 전용구장을 확보한 후 K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킨다는 비전을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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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 서포터가 현수막으로 강원도에 항의하는 모습.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춘천=정다워기자] ‘투표의 중요성’, ‘날아간 도민들의 꿈’, ‘약속은 지켜라’, ‘우리는 한 곳에 정착을 원한다.’

강원FC 서포터가 18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K리그1 33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보인 현수막 내용들이다.

강원도는 지난 15일 축구전용구장 건립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기존의 순회 경기 체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부채와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감당할 수 없는 규모라는 이유로 전임 최문순 강원지사 때부터 추진한 전용구장 건립을 한순간에 없던 일로 만든 것이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시설인 스피드스케이트장을 강원FC 전용구장으로 만드는 방안 등을 언급하며 전용구장의 필요성과 건립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춘천과 원주, 강릉 등이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강원의 전용구장 꿈이 현실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불과 3개월 만에 강원도의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 축구단과 축구팬, 그리고 건립을 추진했던 강원도 내 지자체 입장에서는 허탈한 결말이다.

강원 서포터가 경기 전 단체 행동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 도지사가 처음부터 전용구장 건립을 반대했다면 실망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선거 전에는 표심을 의식한 듯 긍정적으로 이야기했지만, 당선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도를 바꿨다. 당선을 위해 공수표를 던졌다가 막상 현실이 되니 재정을 핑계로 약속을 내팽개치는 모양새다.

강원도의 태세 전환으로 축구단이 계획한 미래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게다가 강원도는 축구단과 이렇다 할 상의 없이 전용구장 건립을 취소했다.

전용구장은 축구단 발전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환경이다. 대구FC만 해도 전용구장을 건립한 후 K리그 명문으로 거듭났다. 그전까지만 해도 대구는 관중이 많지 않은 변방의 클럽이었다. 강원도 대구처럼 전용구장을 확보한 후 K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킨다는 비전을 수립했다.

뿐만 아니라 강원은 강릉에 위치한 클럽하우스를 이용한다. 춘천까지 이동해 홈 경기를 치르려면 체력 소모가 크다. 강원도의 현 입장대로 순회 경기를 하는 것은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전임 도지사의 지지 속 건립이 현실화 되는 수순을 밟았지만 당적이 바뀐 도내 정치권의 기만에 눈물을 삼키게 됐다.

그렇다고 축구단이 강원도에 크게 항의할 수도 없다. 축구단 예산은 도에서 나오기 때문에 자칫 밉보였다가는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특별히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강원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지금 축구단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 이영표 대표이사 입장에서는 말도 못하고 혼자 가슴만 답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수 감독도 이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 정색하며 “노 코멘트 하겠다”라며 답을 피했다. 그만큼 예만한 사안이라는 뜻이다.

시도민구단이 전체 지분의 절반을 넘는 K리그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정치권의 영향을 받는다. 최근 성남FC가 검찰과 경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강원의 전용구장 이슈도 결국 정치권 이해관계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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