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소송전 승산있다는 법무부, 못 뒤집으면 이자만 200억 추가

김영배 2022. 9. 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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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전문가 송기호 변호사 분석
ICSID 판정 전부무효 심리 평균 2년2개월
이자 부담 200억원 증가 추산
지난 10년 이자 185억원 넘어서
"판정문 전문 공개해 국민적 검증 받아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월31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과 관련해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미국 금리 급등 탓에 론스타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금 부담이 수백억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 배상금의 지연 이자는 1개월짜리 미국 국채 금리를 기준으로 삼아 복리로 계산하게 돼 있다. 법무부가 예고한 대로 론스타 사건의 판정 취소를 신청할 경우 심리 기간 추가 부담액은 2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판정 무효 최종 결정을 받아들 경우 배상금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이론적 가능성은 남겨두고 있지만, 국제중재 규칙이나 이전 판정 사례에 비춰볼 때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샀다가 되파는 과정에 얽힌 정책 당국자들의 책임을 따지는 조사 방침은 나오지 않고 있는 점과 맞물려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19일 통상법 전문 송기호 변호사가 분석한 내용을 보면, 론스타 사건을 맡았던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판정 355건 중 중 전부 무효로 결정 내려진 6건의 심리 기간은 평균 2년2개월이었다. 길게는 3년11개월 걸린 사례(Fraport AG 2007년 1월~2010년 12월)도 있었다. 취소 결정 때까지 약 1년 소요될 것이란 정부 안팎의 예상보다 훨씬 길다. 지난 15일 기준 1개월짜리 미국 국채금리가 2.76%임을 고려할 때 2년2개월 심리 기간 복리로 계산한 추가 이자 부담은 199억원, 3년 걸릴 경우 27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의 잇따른 금리 인상 조처로 국채금리가 추가로 높아지면 부담은 더 늘어난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의 론스타 투자자-국가분쟁(ISDS) 사건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31일 법무부에 보낸 중재 판정 결과 통보서에서 “한국 정부가 2억1650만달러(30일 환율 기준 2924억원) 및 2011년 12월3일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하라”고 밝혔다. 2011년 12월3일은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매각 가격을 인하하기로 한 날이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판정 결과 통보일까지 복리로 계산된 지연 이자는 1370만달러(185억원) 수준이다.

소송 장기화로 갚아야 할 이자 부담이 이미 대폭 늘어나 있는 터에 금리 급등세가 추가 부담을 안기고 있다. 현행 금리 수준으로만 따져도, 앞으로 2~3년 동안 물어야 할 추가 이자 부담액이 지난 10년 동안 늘어난 이자액보다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코로나19 사태 뒤 잇따라 금리를 대폭 올리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세까지 더해져 원화 기준 부담금은 더 커질 전망이다.

물론 한국 정부에 유리한 쪽으로 전부 무효 결정이 나온다면 배상금 자체가 줄어들 수 있지만 이는 불투명하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판정에 대한 취소 신청 중 전부 무효 결정은 1.7%에 지나지 않는다. 일부 인용을 포함해도 인용율은 15.1%(지난해까지 133건 중 20건) 수준이다.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절차 중재규칙에 따르면, 취소 신청은 중재판정부가 명백히 권한을 이탈한 경우, 절차 규칙에서 정한 사항에서 일탈한 경우, 판정에 이유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판정 취소 신청은 판정 이후 120일 안에 할 수 있다.

송 변호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론스타 사건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경우 판정 무효를 끌어낼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발언한 근거를 밝혀야 한다”며 “론스타 사건 판정 전문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 국민적 검증을 받고 합리적인 여론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한글로 된 판정 요지서만 공개한 상태다. 전문 공개 요구에 대해 법무부 쪽은 취소 신청 등 불복 절차 진행이 우선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전문 공개에는 론스타 쪽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두고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얽힌 당시 정책 담당자들의 책임 묻기를 회피하기 위해 취소 신청이란 불복 절차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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