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尹, 영빈관 재건축이면 응원했을텐데.."

송혜수 2022. 9. 1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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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영빈관 신축을 계획했다가 비용 논란으로 전면 철회를 지시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아무런 대안없이 청와대를 폐쇄한 아마추어리즘이 더 큰 원인”이라며 “청와대로 돌아가시라”고 지적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사진=연합뉴스)
탁 전 비서관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영빈관을 신축하겠다고 말했던 이유는 ‘청와대를 무리해서 버리다 보니 용산에는 행사할 장소가 만만치 않고 그렇다고 버렸던 청와대로 다시 가기는 면구스러우니 용산과 가까운 곳에 그냥 하나 짓고 싶다’라는 것”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만약에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를 폐쇄하지 않고 기존의 ‘영빈관’을 개·보수해 국빈행사에 어울리는 장소로 만들고 여기에 숙소의 기능을 더하겠다면 미력이나마 나라도 앞장서서 응원했을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각국의 영빈관은 두 개의 기능이 있다. 하나는 외빈들의 숙소 기능이고 하나는 의전 행사장으로서의 기능이다. 외빈 숙소 기능을 전 세계가 다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가 직접 본 곳으로는 미국의 블레어 하우스, 중국의 조어대, 일본 아카사카의 이궁, 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들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빈관이 없는 나라에 타국 정상이 국빈 방문하면 그 도시의 호텔을 주로 이용하게 된다”라며 “영빈관이 있는 나라에 방문했다고 해서 영빈관을 꼭 이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사정에 따라 방문국의 의사에 따르는 경우도 많다”라고 밝혔다.

탁 전 비서관은 “외빈 숙소와 그에 따른 부속건물이 아닌데 국가행사의 장소를 영빈관으로 부르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라며 “빈관이라는 뜻이 원래 ‘숙소’를 의미하는 것이니 숙소가 없는 ‘영빈관’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한 표현”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영빈관은 외빈에게 숙소로 제공되는 곳이 아니라 행사의 장소”라며 “청와대 영빈관은 이미 3년 전에 지적했듯이 숙소 기능이 없고 공간이 협소하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고 변함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5월 1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 경축 연회에서 내빈들과 건배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러나 “재건축이 아니라 신축은 다른 문제”라며 “이미 존재하는 부지와 청와대의 현대사를 폐기하고 편의를 위해 용산 어디에 그저 새 ‘행사장’을 짓겠다면 누가 그것을 반길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또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면서 했던 말들 ‘아무 문제가 없고, 모든 기능은 대안이 있으며,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던 말들은 이제와서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라며 “국민들의 의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멀쩡한 청와대를 버리면서 예견되었던 지겹도록 반복해서 경고했던 일들은 이렇게 현실이 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문제들은 반복될 것이고 그때마다 윤석열 정부의 원죄는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아울러 탁 전 비서관은 “윤석열 정부의 각종 국가행사, 대통령 행사들이 누추해진 까닭이 ‘공간’의 문제만은 아니다”라며 “아무런 대안없이 청와대를 폐쇄하고 이에 따른 대책의 수립도, 설득의 기술도 없는 그들의 아마추어리즘이 더 큰 원인이다. 그러니 다시 한번 쓴다. 돌아가시라 청와대로”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2023년도 예산안 가운데 ‘대통령실 주요 부속시걸 신축 사업’을 편성하고 878억 6300만원을 책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비용 논란이 일자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영빈관 신축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가 영빈관 신축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민주당은 갑자기 영부인이 영빈관 신축을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집단적 망상에 빠져 특검을 외치고 있다”며 “결국 영부인과 특검을 연결시키려는 레토릭으로 세금을 이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기현 의원도 “김 여사에 대한 근거 없는 ‘억지성 카더라’”라며 과거 탁 전 비서관의 ‘구민회관만도 못한 영빈관’ 발언을 언급했다.

송혜수 (s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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