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두고 양국 '엇박자' 계속..'성과 부담' 尹대통령·'여론 의식' 기시다

2022. 9. 1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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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전날까지 한일 정상회담 시간-형식 미확정
日언론 "불투명" 보도..만나더라도 "짧게·서서" 전망
막판까지 조율할 듯.. "한일관계, 그랜드바겐 방식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스탠스테드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첫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양국간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77차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일본 총리 관저는 합의 사실마저 부인하고 있다. 정상회담 일자와 시간, 형식 역시 유엔총회 전날까지 확정되지 않으면서, 양국의 합의에 따라 동시에 발표하는 정상회담 관례를 깬 데다 개최 여부에 대한 잡음이 계속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8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의 첫 순방지인 영국 런던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불투명하다는 일본 현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코멘트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언론이 잇따라 ‘한일정상회담 개최 불투명’ 가능성을 보도에 대통령실이 그간 “변함 없다”고 밝힌 것과 다른 분위기다.

이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 불발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지만 “언급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며 “이후에 좋은 계기와 결론이 있을 때 추후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만 했다. 그러면서 “이게 돌발 상황인가, 기존 전망과 달라진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그런 것까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국장(國葬)을 하루 앞둔 이날 열린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에서 나루히토(德仁) 일왕과 만났지만 인사는 나누는 데 그쳤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굉장히 많은 분들이 참석했던 상황이었기에 특별히 어느 한 분과 길게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유의미하게 말씀드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오는 20∼21일 유엔총회 계기에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했으며 구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지난 15일 공식 발표했다. 이와 다르게 일본에서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보도들이 이어졌다. 강경보수 성향의 산케이 신문은 일본 외무성이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발표는 삼가달라”며 한국 측에 항의했다고 보도했고, 마이니치 신문도 같은 날 자국 정부에서 ‘사실무근’이란 반발이 나오고 있다며 “일본 측이 신중한 자세를 굽히지 않아 (정상회담) 실현이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두 정상이 만나더라도 짧은 시간, 서서 대화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단독-확대 순서로 진행되는 정상회담과 다자 정상회의를 계기로 짧은 시간 만나는 ‘풀어사이드’(Pull-Aside·약식회담) 가능성도 닫으면서 ‘만남’ 또는 ‘환담’ 정도로 의미를 축소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로 최악의 관계였던 2019년 12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에서 만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이끌어 소파에서 양측 통역만 배석한 채 ‘11분 환담’을 한 사례가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8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제77차 유엔총회 일정 수행 등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미국 뉴욕으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

일본 측의 반응은 자국 내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어수선한 데다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와 자민당 관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각국 정상들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에 참석하면서 바로 유엔총회로 향한 기시다 총리의 외교 일정에도 차질을 빚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 우익 세력이 민감해하는 한일 정상회담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국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 개최 발표가 한국에서 앞서 나온 것을 계기로 불쾌감을 표출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취임 후 두 번째 다자 정상회의를 계기로 순방에 나선 윤 대통령은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상황으로, 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관련한 논의 수준에 성패가 달려있다. 첫 한일 정상회담이라는 성과를 내야 하는 윤 대통령과, 그간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밝혀온 한국 측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시선에 더불어 민감한 국내 여론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상황이 맞물려있다.

다만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양자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상회담에 앞서 의제 조율 등 사전 준비는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를 회복하는 데 있어서 ‘그랜드 바겐’ 방식으로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역사, 경제, 안보문제를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일괄 타결해야 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어수선한 한일과 달리 한미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런던 프레스센터에서 “윤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조우했다”며 “반갑게 안부를 묻고 곧 유엔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고 밝혔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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