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상 버스 못타요"..여왕 장례 참석 200국 예외 요구에 英'진땀'
英 코미디언 "유엔 40년보다 버스 안 40분이 더 의미 있을 것"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이 거대한 외교전의 장이 되고 있다. 일부 세계 지도자들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 지도자들이 국장 현장에 셔틀버스(순환버스)를 타고 함께 이동해야 하면서 외교적 마찰이 일고 있는 것.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앞서 코로나19 방역과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각국 정상들에게 민간 항공기 이용과 런던 시내 이동 시 단체 버스 탑승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상들의 예외 조치 요구와 좌석 배치, 휴식공간 등 VIP 의전 하나하나가 치열한 외교전 소재가 되고 있다.
WP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는 보안 등을 감안해 예외 조치가 적용됐지만 나루히토 일왕 부부 등은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 셔틀버스로 이동한다고 보도했다.
여왕 국장에서 맨 앞 첫 번째 줄에 왕실 가족 23명이, 그 뒤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약 90명의 주요 정상들이 자리를 지킨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18일 여왕 관 참배와 찰스 3세가 버킹엄궁에서 주최하는 국빈 리셉션, 다음날 국장 일정까지 미국에서 공수해 온 전용 리무진 ‘비스트’로 움직인다.
영국 정부는 80대부터 90대까지에 이르는 귀빈들이 많이 참석할 예정이기에 빠르고 편안한 의전을 위한 광범위한 계획을 세웠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스페인의 펠리페 6세(54)와 레티시아 여왕(50)이 참석하는데, 이들의 부모인 후안 카를로스 1세(84)와 그의 아내 소피아 왕비(83)도 참석한다.
이에 귀빈들은 끊임없이 '특별 예외 요청'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이들은 개인 주치의 혹은 수행원 등을 허용해 줄것을 요청했고, 일부는 쉬기 위한 개인 공간 등을 요구했다.
영국 정부 관리는 "열 번 중 아홉 번은 '안 된다'고 해야 했다"며 "우리는 모든 귀빈들이 좋은 인상을 가지고 떠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난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다만 한 가지 예외는 통역사다. 중국의 왕치산 국가 부주석,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비롯한 일부 지도자들은 영어를 할 줄 모르기에 통역을 요청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해당 통역 요청들 중 10개 미만이 승인됐다. 그러나 리셉션까지만 통역이 대동 가능하며 장례식 절차 중에는 통역이 입장할 수 없다.
여왕 국장에는 영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나라 혹은 영토의 귀빈들이 초대됐다. 다만 러시아와 벨라루스, 미얀마를 등 일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권 유린 등으로 인해 참석 명단에 들지 못했다. 또 이란, 북한, 니카라과를 포함한 몇 국가들은 국가 원수가 아닌 대사를 파견하도록 초청됐다.
구체적으로 나루히토 일왕 부부도 참석한다. 일왕의 외국 방문은 2019년 5월 즉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궁내청에 따르면 나루히토 일왕은 영국 옥스퍼드대 유학 중 엘리자베스 2세의 피크닉 초대를 받는 등 교분을 쌓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왕치산 국가 부주석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국장에 참석한다. 왕 부주석은 베이징 권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상무위원(서열 1~7위)은 아니다.
한국과 미국 등 주요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과 비교하면 중국이 조문단의 급을 낮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양국의 관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국장 초청을 둘러싼 인권단체의 반발도 나온다. 그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로 지목돼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국 외교부는 사우디에서 빈 살만 왕세자 대신에 투르키 빈 모하메드 왕자가 장례식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개인 의전 차량을 이용할 수 없다는 영국측 입장에 참석을 반려한 국가 지도자들도 있다. 튀르키예(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 등이 참석을 거부했다. 튀르키예에서는 외무장관이 대신 참석한다.
영국 국장이 의도치 않은 치열한 외교전이 되면서 일종의 웃음 소재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영국 코미디언인 지미 카는 WP에 "모든 세계 지도자들이 영국으로 견학을 가고 있다"며 "45분 동안 실제 세계 각국의 지도자가 누군지 아느냐. 바로 버스 운전사다"라고 우스꽝스럽게 말했다.
지미 카는 버스에서의 이동 시간이 오히려 외교적 기회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일부 전문가들의 평가에 대해서는 "지난 40년간 유엔이 해 온 일보다 40분 안에 버스에서 더 많은 일들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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