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때리기 대회 나선 크록스맨의 진심 "팬 많아져야 농구도 산다"

최창환 2022. 9. 1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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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창환 기자] 스킬 트레이너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크록스맨이 멍때리기 대회에 출전했다. 바빴던 일상 속에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크록스맨은 농구가 처한 현실도 느낄 수 있었다며 대회를 돌아봤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잠수교에서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개최됐다. 멍때리기 대회는 도심 한복판에 멍때리는 집단을 등장시켜 바쁜 사람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집단의 시각적 대조를 만드는 걸 목적으로 진행된 시각 예술작업이다. 과거 가수 크러쉬가 우승,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4년 초대 대회 후 2016년까지 열렸던 멍때리기 대회는 6년 만에 부활했다.

지난 4일 열릴 예정이었던 이번 대회는 태풍 여파로 연기돼 18일에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1시간 30분 동안 말 그대로 멍때리고 있어야 한다. ▲휴대폰 확인 ▲졸거나 자는 행위 ▲ 웃거나 잡담 ▲노래 부르거나 춤추는 행위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음료 외의 음식물 섭취 ▲​기타 상식적인 멍때리기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면 탈락한다. 멍때리기를 준수한 이들 가운데 관객 스티커 투표, 기술점수(심박체크)를 합산해 우승자가 결정된다.

이번 대회는 4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가 신청을 했고, 참가 사연과 직업 등을 토대로 50명이 엄선됐다. “그동안 농구 발전을 위해 노력했는데 발전이 안 됐다. 지쳐서 마음의 평온을 얻고자 참가하게 됐다.” 크록스맨의 참가 사연이었다. 크록스맨은 배우 엄현경 등과 함께 출전했지만 3위까지 주어지는 입상에 실패했다.

크록스맨은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 고민하다가도 대회 시간이 길다 보니 진짜 멍때리게 되더라. 근데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은퇴 후 6년 동안 안 쉬고 달려왔는데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보니 너무 평온해졌다. 가끔 시원한 공간에서 멍때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크러쉬를 넘어서고 싶었지만, 깨달음을 얻은 것만 해도 의미가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입상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분석했다. 크록스맨은 “시작부터 말렸다. 현장에 늦게 도착해서 뛰어갔고, 날씨도 너무 더워서 이미 땀이 많이 흘렀다. 심박수, 참가 이유를 본 시민들의 스티커 투표로 우승을 가리다 보니 불리한 상황이긴 했다. 1등은 스티커를 100개 넘게 받았다. 나는 3개 붙어있더라(웃음)”라고 전했다.

크록스맨은 멍때리기 대회 하루 전인 17일에는 KBL 센터에서 열린 ‘2022 KBL DRAFT EXPERIENCE’에도 참가했다. 드래프트 컴바인을 일반인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KBL이 준비한 최초의 행사다. 베트남 출장을 마친 후 17일 오전 한국에 도착한 크록스맨은 숨 고를 틈 없이 KBL 센터로 향해 참가자들과 한 조를 이뤄 행사에 임했다.

크록스맨은 “내가 선수로 뛸 때는 컴바인 자체가 없었다. 나도 처음 해봤는데 신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기록 측정에 임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고 공감도 됐다. 한편으로는 속상했다. 나는 참가자들을 다 이기려고 나갔는데 강자가 많더라. 그래도 선수 출신인데 모자란 사람이 될 줄 몰랐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KBL이 원망스러웠다”라며 웃었다.

크록스맨은 더불어 “너무 좋은 취지의 행사다. 선수들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팬이다. 일반인들에게 포커스를 두고 농구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팬이 많아져야 농구도 산다. 은퇴 후 팬들의 소중함을 더 절실히 깨닫게 됐고, 새로운 팬들을 유입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크록스맨 활동에 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농구를 알리기 위해 분주한 주말을 보냈지만, 냉정한 현실도 마주해야 했다. 크록스맨은 “멍때리기 대회 할 때 근처에서 다른 행사도 열려 사람이 정말 많았다. 끝난 후 주차장까지 걸어가며 수천 명의 사람과 마주쳤는데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단 1명도 없었다. ‘마미손 아냐?’라는 소리만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웬만한 농구 팬이라면 크록스맨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 중 농구 팬이 없었다. 그 중 농구 팬이 있었다 해도 나를 못 알아봤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농구는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라는 의미였다.

한편으로는 다시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크록스맨은 “내가 더 대중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뼛속까지 농구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농구와 관련된 콘텐츠도 계속 만들겠지만,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느꼈다. 내 팬이 되면 농구도 함께 좋아해줄 거라 믿는다. 내 팬을 더 확보해 농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내가 우스꽝스럽게 비춰지는 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라고 전했다.

#사진_점프볼DB(김경태 기자), 크록스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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