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마비로 두 번째 엄마를 잃은 12살 엘림이의 사연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2년 전, 재능 개발 지원 사업을 통해 피아노를 치는 엘림(가명, 12세)이를 처음 만났다. 당시 엘림이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엘림이의 엄마는 생후 2주인 엘림이를 입양했다. 류머티즘 관절염, 지체장애 2급임에도 불구하고 엘림이를 친자녀처럼 양육했다. 또한, 유일한 수입원인 수급비로만 생활하여 생계가 어려웠으나 아동의 재능 개발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으며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피아노를 치면 멋지고 예뻐 보여서 시작했어요."
엘림이가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이유이다. 엘림이는 피아노 대회에 다수 출전하여 수상 경력도 많았고 그렇게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워가던 중 작년 여름 엘림이의 엄마가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되었다. 엘림이에게 이모들이 있었으나 입양아임을 알고 있던 이모들은 아동 양육을 거부했다. 아동이 보육원에 가야만 하는 상황이었지만 예전부터 다니던 교회 목사 부부가 엘림이의 후견인과 가정위탁을 신청하고, 선정되어 엘림이는 새로운 가족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엘림이는 엄마 사망 후 심리검사 결과 사망에 대한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아동은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심리적 개입이 필요한 상태였다. 위탁부모가 엘림이의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서 피아노를 계속하도록 권유했고 아동은 피아노를 치면서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있다. 아동은 원치 않게 원가정이 해체되는 경험을 하고 가정위탁이 되었지만 아동의 사례는 아동보호체계의 측면에서는 그나마 나은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아동보호체계 시스템은 아동복지법 제4조 '보호필요아동의 사회적 보호 책임 관련 규정'과 UN아동권리협약 제20조 '부모님이 보호하지 못하는 아동에 대해서는 국가가 특별한 보호를 해주어야 한다는 규정'을 반영하여 다섯 가지 핵심 원칙을 포함한 아동보호서비스 기본 원칙을 '2021 아동보호서비스 업무 매뉴얼'에서 제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아동보호체계는 원가정보호를 우선으로 하되 그렇지 못할 경우, 가정과 최대한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나 2021년 미신고 아동양육시설에서의 아동학대 사건이 보여주듯이 현실과 우리가 지향하는 것의 간극이 존재한다. 가정 외 보호를 필요로 하는 부모와 아동이 다양한 대안양육시설과 기관의 문을 두드렸을 때 서비스 제공 기관의 대상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통보와 다른 기관을 찾아가라는 무책임한 연계로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아동보호팀에 조직적, 공식적으로 의뢰되는 절차가 작동하지 않고 결국 이들에게 지원의 손길을 내민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미신고 기관인 베이비박스와 미신고 아동양육시설인 경우가 많다. 모든 미신고 아동양육시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제도의 통제밖에 있기 때문에 예기치 않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가 어렵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 아동보호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첫째, 공급자 중심의 대상 접근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호대상아동의 개념의 재정립을 통해 아동 욕구 중심에 기반한 개념이 필요하다.
둘째, 정확한 보호대상아동의 실태,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들의 현황을 기초로 하는 근거기반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원가정에서 보호를 받지 못할 경우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를 위해선 정책적인 기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셋째, 예방과 대응의 연속성과 통합성에 기초한 공공 체계의 총괄 조정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공적 전달 체계인 드림스타트센터가 전국적으로 있고, 아동보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공적인 제도가 갖춰져 있다. 이들의 역할을 재정립하여 우리가 지향하는 아동보호서비스의 기본 원칙에 기반한 아동보호체계가 하루빨리 마련되길 바란다. 아이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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