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女풍]② "수익성에 지속가능성 더해야 진짜 성공" 김재연 웰스어드바이저스 대표

김송이 기자 2022. 9.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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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6.3%. 하지만 건설·부동산 업계의 여성 임원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시공능력 10대 건설사 중에서도 여성 임원이 없는 경우도 많고 있어도 아직은 1~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그만큼 남성 중심적 문화가 지배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아직 손꼽히는 수준이긴 하지만 여성 임원과 대표가 곳곳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들을 만나봤다. 그들이 생각하는 일은 무엇이고 어떻게 일을 하고 있을까.

“단순히 빈 땅에 건물을 넣는 것에서 멈추고 싶지 않았어요. 세 아이의 엄마라는 역할을 포기하고 얻은 일인데,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시행을 하면서 수익성에만 급급하지 말자고 늘 생각하죠. 지속가능성. 그걸 요즘은 가장 고민하고 있어요.”

김재연 웰스어드바이저스 대표는 지난해 건설·부동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인물이다. 현대건설과 손잡고 한 때 강남에서 손꼽히던 호텔인 ‘르메르디앙’의 탈바꿈을 추진한다는 뉴스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르메르디앙의 매각가는 7000억원. 웰스어드바이저스가 이 정도 사업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부동산 시행업계에서 몇 안 되는 여성 대표인 김 대표는 공인중개업소 창업부터 시작해 부동산 시장에서 조금씩 몸집을 키워왔다. 그는 “눈 앞에 보이는 돈에 집착하는 순간 성급해진다는 생각으로 늘 경계하며 시행을 해온 덕분”이라고 했다.

김재연 웰스어드바이저스 대표가 2022년 9월 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웰스어드바이저스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ㅡ 어떻게 부동산 분야 일을 하게 됐나.

“첫 시작은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 공부였다.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을 하면서 7~8년 정도 전업주부로 지냈다. 아이까지 3명을 낳으면서 나란 사람을 지우고 살았는데, 어느 날 대학 선배가 변리사 공부하던 게 아까우니 공인중개사 시험이라도 한번 쳐보라고 추천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금방 땄다. 근데 당시 부동산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었고, 부동산 업계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좋지도 않았다. 자격증이 생겼다는 것 외에는 달라진 거 없이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었는데, 2003년쯤 신혼집이 있던 고덕 한 아파트 단지 상가에 도시정비업체 사무실이 들어섰다.

문득, 갖고 있던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떠오르면서 그 업체를 찾아갔다. 부동산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를 도시정비업체에 가서 물어본 것이다. 그 업체 사람들도 어이 없었을텐데 되레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제안은 거절하고 그 옆에 공인중개사무소를 연 다음 그들과 교류하며 중개 일을 했다.”

ㅡ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시행까지 확장하긴 쉽지 않은데.

“공인중개사무실을 연 것이 첫 사회생활이다보니 학생의 마음으로 열심히 했고 일도 잘 됐다. 그러다 그 도시정비업체 사람들의 자산 관리도 해줬다. 어느 순간부터 그 업체 사람들이 지도를 펴 놓고 어디 지역 어디 아파트가 어떻게 변할거니 한번 가보라는 식의 말을 많이 해줬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시간 날때마다 그들이 짚어준 아파트 단지를 무작정 찾아다녔다. 재건축이 시작되는 곳들이었다. 시공사 선정 총회 등 각종 재건축 절차를 옆에서 함께 하면서 도시정비 절차에 대해 파악해갔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아무리 큰 규모의 사업이라도 도시정비사업은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건물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직접 무언가를 짓는 일, 곧 시행을 하고 싶단 생각이 계속 들었다. 시행사를 차리고 싶어도 당장 경험과 자본이 부족하니 부동산 개발 법인에도 들어가보고 기반을 다진 끝에 2007년 마곡에서 웰스어드바이저스를 시작했다.”

김재연 웰스어드바이저스 대표가 2022년 9월 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웰스어드바이저스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ㅡ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현대건설과 함께 한 ‘현대지식산업센터 가산 퍼블릭’ 프로젝트다. 마곡, 하남 등 여러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생겼다. 아무리 좋은 가치관을 갖고 진행해도 시행은 의도치 않게 분양자 등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생겨서다.

내가 왜 시행사업을 계속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고 싶었다. 아이들과의 시간까지 포기하면서 계속 하기 위해선 이 일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필요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프로젝트를 하자”는 목표를 갖게 됐다. 부동산은 ‘공공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 공공성을 살리고 싶었다.

공공성과 산업성의 조화. 그렇게 나온 가산 프로젝트 콘셉트가 ‘그린(Green)’이다. 그린은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는 존재이자, ‘성장’의 또다른 언어이다. 회색도시인 가산의 땅에 생동감을 주고 싶었다. 문화와 공원을 주제로 하는 특화설계를 반영했고, 일반 시민들도 이 공간을 이용하도록 했다.

또 그 지역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찾는 데 집중했다. 단순히 지식산업센터만 집어 넣는 것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이 없었다. 업무공간만 있으면 일 끝나고 사람을 찾기 어렵지 않은가. 그래서 일종의 기숙사 성격으로 주거시설을 만들었다. 업무 공간이자 주거 공간이자 휴식까지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ㅡ요즘에는 어떤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나.

“지난해 부동산 업계에서 화제가 됐던 게 우리가 현대건설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메르디앙 호텔’을 인수했던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정점을 찍고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호텔 부지가 매물로 나오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었다. 르메르디앙호텔 인수 전에도 다른 호텔 인수를 몇번 시도했는데, 드디어 기회를 잡은 것이다.

르메르디앙호텔을 개발하면서도 그 지역에서만의 새로운 콘셉트를 찾아 반영할 것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호텔이 있는 강남은 그 지역 만의 콘텐츠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상수, 홍대, 청담 등 제각기 색깔을 가진 지역이 많지만, 강남역 일대는 오로지 유동인구에만 의존하고 있다.”

웰스어드바이저스가 현대건설과 함께 인수 개발할 르메르디앙 호텔/조선DB

ㅡ 남성이 다수인 부동산 업계에서 여성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 가지를 꼽자면 ‘디테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반화하긴 어렵겠지만, 한 지구를 개발한다고 가정했을 때 남성이었으면 일정한 단계를 정해놓고 그 단계마다의 성과에 많이 집중했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디테일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그 단계마다의 과정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 그 외 부수적인 것도 챙겨볼 수 있다.

시행사 입장에서 설계 단계에 들어섰다고 치자. 프로젝트를 통해 얼마를 버는지에 전념하고 설계를 전문 업체에만 맡기는 것에서 나아가 프로젝트에 어떤 가치를 담고자 하는지 골몰할 수 있다. 설계 업체에게 ‘외주’를 주는 게 아니라 함께 ‘협업’을 한다는 의미다.”

ㅡ 부동산 업계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눈 앞에 보이는 돈에 집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부동산 개발을 하다보면 눈 앞에 많은 돈들이 보인다. 시행사가 실제 얻는 수익은 별로 없어도 기본적으로 큰 단위의 돈들이 움직이는 사회다. 그 돈이 자신의 돈이라고 생각하고 집착하는 순간, 사람은 성급해진다.

시행은 기본적으로 ‘인내’를 가져야 하는 일이다. 눈 앞에 떨어지는 돈에 집착하는 개발을 하기보다, 가치있는 물건을 만들어서 그것에 호응해주는 사람과 이익을 공유한다는 마음으로 시행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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