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도 생산활동 할 순 없을까?..엄마는 커피찌꺼기서 희망 찾았다

최경민 기자 2022. 9. 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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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터뷰 : ZZINTERVIEW] 27-① 업사이클링: 고유미 커피클레이 대표이사

[편집자주]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찐터뷰'의 모든 기사는 일체의 협찬 및 광고 없이 작성됩니다.

고유미 커피클레이 대표/사진=커피클레이 제공

경기도 광명시에서 아이의 느린 발달 때문에 치료센터를 다니던 고유미씨. 기존에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아이의 교육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몇 시간씩 걸리는 아이들의 치료를 그저 무료하게 기다리고 있던 엄마들. 이 엄마들과 뭔가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순 없을까.

고유미 커피클레이 대표이사 겸 커피큐브 총괄매니저(34세)가 '커피박(찌꺼기)' 업사이클링에 뛰어든 이유는 이와 같았다. 지난 1일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커피클레이 사무실에서 '찐터뷰'와 만난 그는 "아이들 치료비가 너무 비싸니까 엄마들이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고 설명했다.
'엄마'가 '업사이클링 업체' 대표가 된 이유
그는 2019년 광명시에서 여성 창업 지원금을 받아 커피큐브의 기계를 하나 마련했다. 커피박을 연필, 화분 등으로 만들 수 있는 점토로 바꿔주는 기계. 커피큐브는 임병걸 대표가 2013년 창업한 커피박 업사이클링 업체다. 커피박과 식물 추출물을 섞어 100% 친환경 점토를 만드는 특허를 갖고 있었다. 그 점토로 벽돌·화분·연필 등을 제작한다.

고 대표는 지역에서 스타트업을 만들고 엄마들과 커피큐브 기계를 통해 확보한 점토로 연필 등을 만들다가 2020년에는 아예 커피큐브로 합류했다. 그리고 커피큐브의 자회사 커피클레이의 대표이사가 됐다. 커피큐브는 기계 및 기술 쪽에 집중하고, 커피클레이는 상품의 영업·판매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고 대표의 합류 이후 커피큐브의 매출은 두 배 이상 뛰었다 한다.

커피큐브의 제품들. 벽돌, 화분, 향초, 연필 등 다양하다./사진=커피클레이 제공

그가 광명 지역에서 하던 사업 역시 커피큐브를 통해 전국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고 대표가 커피큐브에 합류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자신이 하던 활동을 전국으로 확대해보고픈 포부.

고 대표는 "전국의 자활센터와 장애인 보호 작업장 등에서 우리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매칭을 시키고 있다. 잘 팔리기 시작하면서 성취감을 많이 느끼시더라"며 "자활센터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면서, 사업을 계속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제안들이 계속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무조건 땅에 해를 주지 않고 사라지게 만들자"
그렇다면 '커피박 업사이클링'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각종 통계에 따르면 한국 성인 1명은 1년에 커피 300~400잔 정도를 마신다. 전세계 평균(약 130잔)의 3배 수준이다. 문제는 그 결과로 커피박 15만톤(t)이 해마다 쏟아진다는 점이다.

커피박에는 카페인 성분 등이 남아있어서 그냥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도 없다. 땅을 산성화시키기 때문이다. 반드시 종량제 봉투에 담아 폐기해야 하는 이유다. 환경부에 따르면 커피박 1t을 소각할 때 338㎏의 탄소가 배출되기도 한다. 여러모로 환경에 문제가 되는 존재인 셈이다.

커피큐브는 이런 커피박을 친환경적으로 소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토양이나 물에 닿으면 곧바로 퇴비화가 진행되게끔 제품들을 만든다. 친환경성을 고집하기 때문에 커피큐브의 제품은 '물'에 약하다.

고 대표는 "우리가 특허받은 점토로 만든 제품들은 한 달 정도 땅에 묻으면 분해가 돼 자연으로 돌아가게 된다. 퇴비화가 돼 땅에 해를 주지 않는다"며 "무조건 '땅에 해를 주지 않고 사라지는 것을 만들자'는 철학을 갖고 있다. 지구에 해가 안 되고, 땅에 해가 안 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회사 공장 내부를 커피큐브의 벽돌로 꾸민 모습/사진=커피클레이

물에는 약하지만 커피큐브 제품의 경우 △강도가 뛰어나고 △색깔도 매력적이면서 △은은한 향까지 나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커피큐브의 주력상품 중 하나인 벽돌은 그래서 건물 내장재나 장식재 등으로 주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회사가 커피큐브의 벽돌로 공장 내부를 만들기도 했다.

고 대표는 "2만장의 벽돌을 계약하여 지속적으로(현재 한 달 2000-3000장 생산 가능)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며 "그 일본 바이어가 '이런 기술은 전세계에 너희밖에 없다'며 우리 제품을 믿어주더라"고 밝혔다.
'커피박 순환경제'…환경 보호하며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
커피큐브의 꿈은 '커피박 순환경제' 구축에 맞춰져있다. 커피 업체나 기업들으로부터 커피박을 확보하고→전국의 자활센터와 장애인 보호 작업장 등에서 생산을 하면서→제품 일부는 다시 커피 업체나 기업이 구매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고 대표는 "우리가 커피박을 수거한 기업에게는 우리 물건을 꼭 사게끔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라며 "기업들이 단순하게 커피박을 그냥 버리는 게 아니라, 자기가 배출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과 지역 간 순환에도 다리를 놓고 있다. 커피큐브는 인천시 5개 구에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박을 공급받는 협약을 맺었다. 그런데 이 중에는 곰팡이가 발생해 점토로 못 만드는 것도 있다. 이들에 미생물을 투입, 발효 처리한 다음 경상북도에 위치한 축사에 공급한다. 축사에 이 발효처리된 커피박을 깔면 냄새를 저감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사진=커피클레이 제공

커피큐브가 수거해 처리하는 커피박은 인천시에서만 한 달에 7~10톤 정도 된다고 한다. 많은 양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고 대표는 "우리가 분석하기로는 버려지는 커피박의 1%도 재활용을 못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일부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나오는 건 우리도 감당을 못 할 정도여서 수거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커피박이 버려지더라도, 좀 깨끗하게, 자연으로 잘 버려지게 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 생각한다"며 "환경보호도 하고, 자활센터 분들의 급여도 만들 수 있다. 자원순환을 하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방식"이라고 힘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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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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