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29] 신이여, 여왕을 지켜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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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 엘리자베스 알렉산드라 메리, 공식 호칭은 ‘영국 연방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폐하’가 70년 재위 끝에 눈을 감았다. 20세기 이후의 전 세계 군주 중에서 70년 왕좌를 지킨 국왕은 타이의 푸미폰 국왕과 함께 유이하다. 검증 가능한 역사 기록이 남아 있는 왕 중에선 태양왕 루이 14세의 72년 재위를 첫손에 꼽는다. 기나긴 왕조의 역사를 지닌 중국의 역대 왕 중에서도 60년을 간신히 넘긴 왕은 고작 2명이며 우리 역사에서는 조선 최장수 왕인 영조의 52년 재임 기록이 있다.(고구려 장수왕의 79년 재위 기록이 역대 최강이다.)
여성 왕족 가운데 평민들과 동등한 훈련을 받으며 군 복무를 한 여왕은 엘리자베스 2세가 유일하다. 2차 세계 대전 중 스무 살이 된 당시 공주는 아버지 조지 6세를 설득, 여성 국방군에 입대한다. 전쟁 중의 그의 군번은 230873. 수송보급 장교로 복무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여 영국민들의 무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70년은 그 자신에게나 그의 조국에나 모두 영욕의 70년이었다. 64년을 재위하며 대영 제국의 영광을 맘껏 누린 그의 고조모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제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왕은 어떤 위기 국면에서도 강건하게 중심을 잡고 신중한 균형을 고도로 행사하면서 왕실의 권위를 지키는 동시에 영국민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제국의 추락까지 막을 수 있는 권능이 그에겐 없었고 즉위 25주년을 한해 앞두고 제임스 켈러헌 노동당 내각은 굴욕적인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당시 실업률이 20%를 기록하면서 영국 젊은이들은 절망과 분노에 빠졌고 공화주의자들은 공공연히 입헌군주제의 폐지를 이슈화하기 시작했다.
펑크록의 신화적인 밴드 섹스 피스톨스가 자신들의 국가(國歌)를 패러디하며 신성불가침이었던 여왕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싱글을 발표한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신은 여왕을 수호하신다/그녀는 인간도 아니야/영국의 꿈 안에서는 미래도 없다.(God save the queen/She ain’t no human being/There is no future/in England’s dream.)”
근엄한 여왕은 이 예술적 부랑아들의 노래를 들었을까?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열세 시간이나 줄을 서면서 여왕의 마지막 길에 조문했다는 소식이 막 전 세계로 타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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