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가을 편지
편지가 사라진 시대지만 편지를 소재로 한 노래는 여전히 넘쳐난다. 특히 가을은 편지와 궁합이 잘 맞는 계절이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가을 편지)은 이미 가을 노래의 대명사가 됐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고은의 시에 김민기가 곡을 붙였다.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가슴속 울려주는 눈물 젖은 편지”는 어니언스의 임창제가 작사·작곡한 곡이고, “편지를 썼어요. 사랑하는 나의 님께/ 한 밤을 꼬박 새워 편지를 썼어요”는 이장희가 만들고 불렀다. 두 곡 모두 ‘편지’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노래다. 동물원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는 가을과 편지가 어우러진 노래의 백미다.
“난 책을 접어 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1988년 발표되어 청춘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훗날 김광석이 다시 불러 더 유명해졌지만 많은 가수가 리메이크를 거듭하면서 사랑받고 있다. 연세대 의대 재학 중이던 동물원 멤버 김창기가 시험 전날 밤 쓴 곡이었다. 편지가 e메일로 대체되던 시대에도 편지 노래가 이어졌다. 김광진의 ‘편지’와 아이유의 ‘밤 편지’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김광진)로 이어지는 노랫말이 소월의 시와 맥을 같이한다. 김광진의 아내 허승경이 쓴 가사로 연애 시절 겪은 절절한 사연을 담았다.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사랑한다는 말이에요”라고 속삭이는 아이유의 노래도 마치 손편지 같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충만하다. 바야흐로 연인들의 계절이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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