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화분을 떠난 나무처럼
허연 2022. 9. 19. 00:09
더 이상 자라지 못하는 가지들
자꾸만 작아져 가던
당신의 팔과 다리를 닮았다 분갈이하기 위해 나무를 뽑았다
둥근 화분 모양으로 가늘게
갇혀 있던 뿌리들 어떤 화분으로도 옮겨 심지 못했다
당신을 풍장하고 돌아오는 날처럼 기도했다 바람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가라고
갇혀 지내지 말라고 - 김애리샤 作 '분갈이'
자꾸만 작아져 가던
당신의 팔과 다리를 닮았다 분갈이하기 위해 나무를 뽑았다
둥근 화분 모양으로 가늘게
갇혀 있던 뿌리들 어떤 화분으로도 옮겨 심지 못했다
당신을 풍장하고 돌아오는 날처럼 기도했다 바람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가라고
갇혀 지내지 말라고 - 김애리샤 作 '분갈이'
사람도 식물처럼 정해진 장소에 갇혀 살아간다. 식물이 화분을 닮듯이, 사람도 살아온 배경의 지배를 받는다.
가끔 분갈이하기 위해 식물을 꺼내 보면 화분 모양으로 뭉쳐진 뿌리들을 만나게 된다. 식물의 숙명이 느껴진다. 화분을 벗어나 살게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생긴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평생 화분에 갇혀 사는 게 숙명이다. 이 시에서 말하는 것처럼 화분을 벗어나 바람부는 대로 어디든 가고 싶을 때가 있다. 이루지 못할 꿈일지라도 말이다. 한 번쯤은….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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