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13분 만에 해트트릭.. 양발 감아차기로 '골 폭풍'

김민기 기자 2022. 9. 1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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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터지자 걷잡을 수 없었다. 손흥민은 18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스터시티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8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13분 만에 세 골을 퍼부으며 팀의 6대2 대승을 이끌었다. 그간의 부진을 단번에 털어버리는 통렬한 해트트릭. 국내는 물론 영국 현지에서도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믿을 수 없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등 극찬이 쏟아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스터시티와 경기 도중 해트트릭을 달성하고 6-2로 팀의 승리를 이끈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부진 논란 한 번에 잠재운 손흥민

손흥민은 18일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번 시즌 개막 후 8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지만,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고 동료의 오프사이드로 골이 취소되는 등 불운이 잇따랐다. 골 가뭄 속에 선발 출전 여부도 위태로워진 끝에 손흥민은 결국 이날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리그 경기에서 손흥민이 교체로 나온 건 작년 4월 뉴캐슬전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손흥민 13분 만에 해트트릭

18일 경기는 난타전이었다. 후반 14분 손흥민이 투입될 때 토트넘은 3-2로 리드하고 있었지만,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상대의 헤딩을 간신히 쳐내는 등 연이어 위기를 겪었다. 승리를 위해 추가골이 절실한 상황에서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섰다.

손흥민이 후반 28분 시즌 마수걸이 골을 넣고 해트트릭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3분 21초. 교체 투입된 선수가 해트트릭을 달성한 건 토트넘 구단 역사상 처음이다. 손흥민에겐 EPL 통산 세 번째 해트트릭. 특히 두 번째 골을 넣은 후엔 검지를 입에 갖다대는 ‘쉿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손흥민은 과거 자신을 둘러싼 부진 논란이 일었을 때도 골을 터뜨린 후 같은 세리머니로 응수한 바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스터시티와 경기에서 골을 성공 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강점인 감아차기와 쇄도 모두 선보여

페널티 아크 인근 공간은 일명 ‘손흥민 존(zone)’으로 불린다. 양발에 능한 손흥민이 이 지역에서 감아차기 슈팅을 즐겨 붙은 이름이다. 18일 손흥민은 이 공간에서 오른발, 왼발로 한 차례씩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이 18일 레스터시티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홈 경기에서 후반 41분 이날 자신의 세 번째 골을 터뜨리는 장면. 시즌 개막 후 공식전 9경기 만에 해트트릭으로 골 침묵을 깬 손흥민은“골이 들어가면서 당혹감, 실망감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다 사라졌다”며“새로운 에너지를 갖고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손흥민은 19일 귀국해 23일 코스타리카, 27일 카메룬과의 평가전에 출전한다. /로이터 연합뉴스

후반 28분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패스를 받아 질주한 손흥민은 상대 수비 둘을 제치고 페널티 아크 오른쪽에서 강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을 날렸다.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공이 오른쪽 구석 절묘한 위치로 향해 막을 수 없었다. 후반 39분엔 왼발이 빛났다. 역시 아크 오른쪽에 있던 손흥민은 해리 케인이 찔러준 공을 왼발 감아차기로 연결했다. 박스 안에는 상대 수비수가 넷이나 있었지만 벼락 같은 중거리 포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공은 골대 왼쪽 구석에 꽂혔다.

손흥민은 후반 41분에는 자신의 강점인 빠른 쇄도를 선보이며 대미를 장식했다. 공격권을 쥐자 곧바로 빠른 스피드로 왼쪽 쇄도했고, 호이비에르가 중앙에서 수비수 사이로 공을 찔러주자 받아 박스 안으로 침투하면서 오른발 슈팅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빠르면서도 상대 오프사이드 라인을 절묘하게 무너뜨리는 손흥민의 강점이 드러난 골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스터시티와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시킨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EPA 연합뉴스

손흥민은 후반 교체 투입되면서 케인과 함께 투톱으로 뛰었다. 앞서 손흥민은 주로 왼쪽 공격수로 뛰었는데,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왼쪽 수비수 이반 페리시치와 동선이 겹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페리시치가 공격적 성향이 강한 탓에 손흥민이 자주 후방으로 내려앉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날 투톱으로 나선 손흥민은 침투 등 개인 장점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영국 현지 매체들은 손흥민에게 팀 내에서 가장 높은 평점인 9~10점을 부여했고, 손흥민은 경기 최우수 선수(MOM)로 선발됐다.

◇”골 넣고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손흥민이 골을 넣을 때마다 동료들은 웃으며 그에게 다가와 축하해줬다. 하지만 정작 손흥민은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골이 들어갔을 때 믿기지 않았다. 당혹감, 실망감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사라지더니 움직일 수가 없었다”며 그간의 심적 고충을 토로했다. 손흥민은 개인 SNS에 “삶이 네게 레몬을 준다면, 해트트릭을 해라”라는 글을 올렸다. ‘삶이 네게 레몬(시련)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로 만들어라’라는 서양 격언을 인용한 것이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이 골을 넣을 때마다 아이처럼 뛰며 기뻐했다. 그는 “손흥민에게 ‘(이렇게) 30분 만에 3골을 넣으면 이런 실험(교체)을 반복할 수도 있다’고 농담했다”며 웃었다. 이어 “손흥민을 케인 근처에 (투톱으로) 두며 공간을 활용하게 했다. 이후 더 균형 잡힌 팀이 됐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내게 손흥민은 절대, 절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는 케인과 더불어 우리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A매치 휴식기에 들어가기 전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새로운 에너지로 국가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한국 대표팀 주장인 그는 19일 귀국한 후 23일 코스타리카(고양종합운동장), 27일 카메룬(서울 월드컵경기장)과의 경기에서 활약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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