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코로나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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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낼 위치에 우리는 아직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끝이 보인다"는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지난 14일 밤 기자회견은 고대하던 소식이다.
그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에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원인 규명과 전염 확산 방비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초기 조처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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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인류의 생명을 동등하게 위협하고, 거리두기와 마스크로 사람들의 모빌리티와 얼굴을 통한 표현의 자유를 극심하게 제한한 이 시기는 훗날 어떤 의미로 기록될까.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가 1893년에 그린 ‘절규’와 같은 표정을 한 ‘불안의 시대’의 연속 시리즈로 규정될까, 아니면 또 다른 새로운 공포와 불안의 전조로 해석될까. 뭉크는 양손을 뺨에 댄 유령 같은 해골이 겁에 질려 전율하며 비명을 지르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절규는 하늘과 바다를 덮고 사람과 공간에 닿아서, 공포의 공명으로 세상 전체를 뒤흔든다. 작품 배경에 대해 뭉크는 산책 중에 하늘이 핏빛처럼 붉어지고 우울을 느끼고 공포에 떨었으며, 마치 무한한 절규가 대자연을 가로질러 가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절규’는 “현대에 들어 대중매체에서 수없이 재생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그림 중 하나가 되었다.”(‘뭉크’, 유성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불안과 공포의 심리로 표현되어야 할 까닭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가 절규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구를 지배하는 최후의 승리자로 자처하는 인간과 인류의 문명이 얼마나 허약하고 불안정한가를 보여주고, 또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닌 공동체임을 일깨워 준 것이다. 지구 한 모퉁이의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지구의 온 구석구석에 순식간에 당도하고, 또 백신을 개발하고 치료에 헌신하는 협력으로 재난을 극복할 수 있음도 목도하였다.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의 체감이었다.
팬데믹을 거치며 인간은 일상생활과 의사소통이 디지털 정보기술(IT) 덕분에 유지될 수 있음을 경험했다. 그러나 기술로 충족할 수 없는, 인간이 직접 대면하여 오감으로 대화하고 교감하면서 함께 성취하는 것의 소중함도 절실하게 느꼈다. 기술만능주의를 넘어서 소통에 바탕하는 협력적 공동체의 중요함과 가치에 대한 지혜도 얻은 것이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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