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5천' 잠실벌 달군 아이유, 다음 14년을 그리다 [종합]
가수 아이유가 잠실벌을 달궜다. 그의 음악과 가사로 가득 채운 첫 잠실 주경기장 입성은 아이유의 음악 인생에 또 하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아이유는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더 골든 아워 (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이하 '골든 아워')를 개최했다.
'골든 아워'는 지난 2019년 개최된 단독 콘서트 '러브, 포엠' 이후 약 3년 만에 열리는 최대 규모 오프라인 공연으로 개최 전부터 팬들의 뜨거운 기대를 모았다.
특히 아이유는 이번 공연을 통해 국내 여성 가수 최초로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입성하며 독보적 위상을 입증했다. 아이유는 양일간 개최된 '골든 아워'를 통해 총 8만5,000여 관객을 동원했다.
탄탄한 팬덤만큼 높은 대중성을 자랑하는 가수인 만큼 이날 아이유의 콘서트를 찾은 관객들의 면면은 실로 다양했다. 들뜬 모습으로 삼삼오오 공연장을 찾은 남·녀 관객들부터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은 커플, 어린 팬들부터 중장년층 팬들, 해외 팬들까지 공연장을 발디딜 틈 없이 채우며 아이유의 인기를 재차 실감케 만들었다.
"'팔레트' '좋은날' 마지막 무대, 눈물 날 뻔"
이날 '에잇' '셀레브리티'로 무대를 연 아이유는 "오늘도 다 찼네"라며 잠실 주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객석을 보고 감탄을 전했다. 이어 그는 "딱 석양이 질 때 '에잇'을 꼭 부르고 싶었다. 예전부터 기획을 해 놨었는데 계획했던 것 만큼 잘 나온 것 같아서 기쁘다"라는 첫 무대 소감을 전했다.
올해 데뷔 14주년을 맞이한 아이유는 지난 17일에 이어 자신의 데뷔 기념일인 이날 단독 콘서트 2회 공연을 개최하며 의미를 더했다. 아이유는 "어떻게 이렇게 콘서트까지 하면서 데뷔 14주년까지 챙길 수 있는지, 나는 정말 운이 너무 좋은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혀 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한편 이날 공연은 아이유의 '팔레트' '좋은날' 마지막 공연을 선보이는 자리로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어제 공연에서 말씀을 드리긴 했는데, 오늘은 제가 정말 아끼는 곡의 마지막 무대를 보여드리려 한다. 스물 다섯 살에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하고 정말 소중하게 가지고 있으면서 불렀던 곡인데 이제 올해로 30대가 되지 않았나. 그래서 이 노래는 25살의 지은이에게 남겨주려 한다"며 "이 곡을 부를 때 제가 제 인생에서 가장 좋았을 때였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서른이 돼서 그 때만큼 좋은 순간들을 만나고 있다. 그래서 굳이 이 곡을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앞으로 정식 세트 리스트에서 보여 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 어제까지는 아쉬운 마음이 크진 않았는데, 오늘은 아쉬운 마음이 조금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날'을 "저의 가장 큰 히트곡이기도 하고 저의 출세곡이기도하고 여러모로 참 많이 부르고 추억이 많은 곡인데 저의 데뷔 기념일에 정식 세트리스트에서는 당분간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 이 곡이. 저도 아쉽다. 이 노래를 불렀던 많은 무대들이 스쳐 지나간다"라는 소회를 전했다.
이어 그는 "상상도 못했는데 여기서 진짜 눈물이 날 뻔 했다. 진짜 많은 추억이 있는 곡이지 않나. '그럼 그냥 부르면 되지 뭘 그러냐'란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제가 이 곡에서 3단 고음을 부르고 퇴장을 한다. 그래서 세트리스트를 할 때 '좋은날'의 배치가 항상 뻔해지다보니까 세트리스트의 배치가 항상 비슷해지더라. 그리고 이 노래를 18살에 불렀는데 이제 30대가 되지 않았나. (가사가) '오빠가 좋은걸'인데 오빠가 많이 없어 보이더라. 초등학생 친구들이나 어린 친구들은 '좋은날'을 부를 때 태어난 분들이더라. 아이유의 대표곡으로 '좋은날'을 잘 모른다더라. 그래서 세트리스트에도 조금 더 새로운 공연을 하려면 새로운 시도가 필요할 것 같아서 더 재미있는 공연을 만드려고 이런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무릎', 가수 아이유의 정체성"
전날 그룹 있지(ITZY)가 게스트로 등장한데 이어 이날 공연에서는 '가나다라'로 호흡을 맞췄던 박재범이 특별 게스트로 무대에 올라 특별한 시간을 선사하기도 했다.
박재범은 "(아이유가) 저보다 나이가 어린데도 정말 존경하는 아티스트다. 이렇게 오랜 시간 톱의 위치를 유지하면서 모든 분야에서 너무 완벽하고 완성도있게 해내는게 너무 대단하다. 같은 가수로서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많은 희생을 해야하는건지를 알기 때문에 더 대단하다. '국힙원톱' 아닌 그냥 '원톱'"이라고 극찬해 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이 외에도 아이유는 '이 지금' '하루 끝' '너의 의미' '금요일에 만나요' '팔레트' '스트로베리 문' '내 손을 잡아' '블루밍' '어젯밤 이야기' '라일락' '무릎' '겨울잠' '나만 몰랐던 이야기' '밤편지' '시간의 바깥' 등의 히트곡 무대로 잠실벌을 뜨겁게 달궜다.
그는 발라드 곡으로 구성된 3부의 첫 곡으로 '무릎'과 '겨울잠'을 택한 이유에 대해 "'무릎'은 개인적으로 가수 아이유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는 곡"이라며 "'겨울잠'은 곡을 만들 당시 '무릎'을 만들 때의 감정을 떠올리려 노력하며 만들었던 곡이다. 그래서 마음 속에 두 곡은 한 세트 같은 곡이다. 그래서 3부의 첫 곡으로 두 곡을 함께 들려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너랑나'로 본 공연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아이유는 앙코르 곡 '러브 포엠'으로 다시 팬들 앞에 섰다. '러브 포엠' 무대를 마친 뒤 감격한 모습으로 앙코르 멘트를 시작한 아이유는 "정말 이 순간이 안 올줄 알았는데 어떻게 이 순간이 왔다. '결국엔 무슨 일이 일어나서 못하지 않을까'란 불안감 속에 2개월이 지났는데, 이 순간이 왔다는 것이 신기하다. 정말 제가 한 게 맞나"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기분이 또 이상해지려고 하는데 사실 오늘 공연은 솔직히 조금 어려웠다. 보통은 첫 공연이 훨씬 어렵고 둘째 날은 목이 좀 쉬었을지라도 훨씬 편한 분위기에서 진행이 되는데 제가 사실 귀에 약간 문제가 있어서 조마조마하면서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고 담담한 고백을 이어갔다.
아이유는 "심각한 건 아닌데 귀를 조금 제가 잘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이 1년 전 부터 있어서 '이번 공연은 진짜 나만 잘하면 되는데, 당일날 내 귀만 멀쩡하면 되는데' 했다. 다행히 목 상태는 너무 잘 따라줬는데 어제 공연 말미부터 귀가 조금 안 좋아져서 어제 밤, 오늘 리허설 하면서 약간 지옥처럼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며 "그래서 첫 곡을 시작하면서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올라왔는데 오늘 공연은 정말 여러분이 다 하셨다고 생각한다. 정말 여러분께서 다 해주셨다. 정말 감사하다"며 팬들을 향한 감사를 전했다.
끝으로 그는 '골든 아워' 2회 공연을 무사히 마친 소회를 전했다. "애초에 이렇게 큰 무대는 꿈꿔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이 무대가 정말 제 마지막 무대일수도 있곘다는 생각도 했었다"고 말한 아이유는 "오늘의 기억으로 우쭐하지 않고 정말 겸손한 마음으로 무대에서 저를 응원해주는 마음이 어떤 건지 오늘로 되새기면서 14년 차이지 않나. 14년 더 가보겠다"며 앞으로를 기약, 마지막 곡인 '아이와 바다'를 선곡해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자아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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