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더 겸손히 가겠다" 주경기장 달군 아이유의 '골든아워'[SS현장]
정하은 2022. 9. 18. 21:54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지금 이 순간을 떠올려 주셨으면 좋겠다.” 아이유가 유애나(팬덤명)와 특별한 데뷔 14주년 ‘골든아워’를 맞았다.
아이유가 데뷔 기념일에 맞춰 9월 17일과 18일에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3년만에 단독 콘서트 ‘더 골든 아워(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를 열고 총 8만 5000명의 유애나(공식 팬덤명)를 만났다. 서울 공연 마지막날인 18일 찾은 잠실 주경기장 인근은 아이유 콘서트를 보러 온 수많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연보라색 의상과 소품으로 맞춰 입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콘서트는 아이유의 올림픽주경기장 입성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국내 여자 가수로는 최초, 솔로 가수로는 일곱 번째다. 조용필을 비롯해 이문세, 이승철, H.O.T, 엑소, 방탄소년단, 싸이 등 당대 톱 가수들만이 이 무대에 서 왔다. 인기 아이돌 그룹도 서기 힘든 이곳에서 여성 솔로 가수로 최초로 무대에 서게 된 아이유는 일찌감치 전석을 매진시키며 티켓파워를 실감케 했다.
공연이 시작하고 아이유가 무대에 오르자 공연장은 함성 소리로 가득 찼다. ‘골든 아워’란 공연명처럼 금빛 응원봉 물결과 함께 히트곡 ‘에잇’으로 강렬한 무대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셀러브리티’까지 연달아 선보이며 객석을 달궜다.
오프닝 멘트로 “오늘도 다찼네!”라고 관객석을 돌아본 아이유는 “3년 만에 공연으로 여러분께 인사드리게 된 아이유다”라고 소개했다. 오프닝 곡에 대해 “석양질 때 ‘에잇’을 꼭 부르고 싶었다. 오늘 하늘이 예뻐서 다행이다”라며 “등장할 때 함성 소리가 너무 커서 놀랐다”고 덧붙였다. 이어 “3년 동안 신곡이 많이 나와서 그때 못했던 곡들을 오프닝에서 한풀이처럼 해봤다. 그래도 아이유 공연하면 이랬지 느낄 수 있게끔 익숙한 곡들을 들려드리려 한다”며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아이유답게 ‘이 지금’ ‘하루 끝’ ‘너의 의미’ ‘금요일에 만나요’ 등 무대가 뜨거운 떼창과 함께 이어졌다.
이번 공연은 아이유 공연만의 한계 없는 스펙트럼으로 함께 보내는 그 순간 자체가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만큼, 아이유의 자신감이 담겨있다. 이날은 아이유의 데뷔 14주년을 맞는 날이기도 해 의미를 더했다. 아이유는 “일요일에 콘서트까지 하면서 데뷔 기념일을 챙길 수 있다니. 정말 운이 좋다”고 말했고 팬들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나이와 관련한 곡을 많이 발매해왔던 아이유는 25살에 부른 ‘팔레트’를 소개하며 “사랑하는 곡의 졸업식이다”라고 말했다. 아이유는 “25살 때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하고 소중하게 간직한 곡인데 이제 30대가 되면서 이 노래는 25살의 지은이에게 남겨주려 한다”며 “이 곡을 부를 때가 가장 좋았을 때다. 그런데 요즘 그때만큼 좋은 순간들을 맞이하고 있다. 굳이 이 곡을 계속 붙잡지 않아도 될 거 같은 마음이 들더라. 정식 세트리스트에서는 보기 어려운 곡이 될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서른에서 바라본 아이유가 재해석한 ‘팔레트’를 선보이며 팬들과 소중한 순간을 남겼다.
아이유의 이름을 알린 히트곡 ‘좋은날’도 ‘팔레트’와 함께 이날 마지막 무대를 펼쳤다. 아이유는 “출세곡이다. 여러모로 뜻깊은 곡인데 앞으로 보기 어려워질 거 같다. 저도 아쉽다. 많은 무대들이 생각나며 생각이 많아진다”며 “리얼 대세 아이유란 응원법을 들려줬던 곡이다. 아직도 웃음이 난다”고 열정적으로 피날레 무대를 펼쳤다. 노래를 부르고 울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 아이유는 “18살에 불렀던 곡이인데 18살이 된 기분이다. ‘오빠가 좋은 걸’이란 가사인데 이제 오빠가 많이 없어진 거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저도 ‘좋은날’이 빠지면 부담이 되지만 더 재밌는 공연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콘서트의 열기는 더했다. ‘스트로베리 문’ ‘내 손을 잡아’ ‘블루밍’ ‘어젯밤 이야기’ ‘좋은날’ ‘라일락’ 등 무대가 펼쳐졌다. 아이유가 오랜만에 관객과 재회하는 뜻깊은 자리인 만큼 주옥같은 히트곡은 물론 이번 공연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구성으로 잊지 못할 무대를 선사했다.
오랜만에 팬들과 대면하는 자리인 만큼 팬들과의 소통에 특히 중점을 둔 모습이었다. 무대 곳곳을 누비며 관객들과 함께 뛰고 팬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즐겼다. 화제를 일으키는 무대 매너 등으로 믿고 보는 공연으로 손꼽히는 아이유인 만큼, 이날 아이유는 열기구를 타고 2,3층 관객들과 눈을 맞추며 소통했다. 특히 ‘내 손을 잡아’에 대해 “공연을 못한 3년 사이에 ‘내 손을 잡아’가 10년 만에 역주행했다. 역대급 떼창이었다. 진짜 깜짝 놀라고 소름 돋았다”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깜짝 게스트로 가수 박재범이 등장했다. 아이유는 올해 박재범과의 협업 싱글 ‘GANADARA’로 여전한 음원강자 면모를 입증해낸 바 있다. 박재범은 “초대해주셔서 영광이다”라며 “저보다 어린데도 정말 존경하는 가수이자 아티스트다. 14년 동안 톱의 위치를 유지하고 자기 관리하는 모습과 앨범, 연기, 콘서트까지 모든게 완벽하다. 같은 가수이기 때문에 이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서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 아이유의 팬으로서 정말 행복할 거 같다”고 아이유를 치켜세웠다.
다시 등장한 아이유는 ‘무릎’ ‘겨울잠’까지 잔잔하고 감성 가득한 발라드 곡을 선보였다. 아이유는 “여러분들은 3단 고음을 더 좋아하시지만, ‘무릎’이 제 정체성이 가장 많이 담긴 곡이라 꼭 부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만 몰랐던 이야기’ ‘밤편지’ ‘시간의 바깥’ ‘너랑 나’ 등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곡들로 공연의 막바지까지 세트리스트를 꽉 채웠다.
앵콜 무대를 위해 무대에 오른 아이유는 ‘러브 포엠’를 열창했다. 이어 팬들이 ‘걸음마다 함께할게 우리는 완벽한 14년 지기 친구니까’란 플랜카드를 들었고 감동 받은 아이유는 울컥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결국엔 못하게 되지 않을까 불안감에 떨며 2개월을 보냈는데 이 순간이 온게 신기하다. 기분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아이유는 귀 상태가 좋지 않다며 건강 이상을 고백하기도 했다. 아이유는 “오늘 공연은 솔직히 어려웠다. 보통은 첫 공연이 훨씬 어렵고 둘째 날은 긴장도 풀리는데, 제가 귀에 문제가 생겨서 귀를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이 1년 전부터 됐다”며 “다행히 목 상태는 좋았는데 어제 공연 말미부터 귀가 안좋아져서 어젯밤, 오늘 리허설까지 하루를 지옥처럼 보냈다. 항상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오늘 공연은 여러분이 다 하셨다고 생각한다. 여러분께서 다 해주셨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아이유는 “이번 공연을 통해서 훨씬 더 겸손한 마음으로 무대를 할 거 같다. 10대 때부터 도전해오고 달려온 길에 이 무대가 도착지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많이 했다. 애초에 이런 큰 무대를 꿈꿔본 적 없었다. 오늘의 기억으로 더 겸손한 마음으로 항상 무대에서 저를 응원해주는 마음이 오늘로 되새기면서 14년을 더 가보겠다”며 마지막 곡으로 ‘아이와 바다’를 불렀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EDA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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