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군 확보 성공한 시진핑의 '48시간 대면 외교'
SCO 회의 '반미 동맹' 다져
이란·튀르키예 등 외연 확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이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2년8개월 만의 외유를 마무리했다. 시 주석은 지난 14일부터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하고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16일 밤 귀국했다. 그가 해외에 머문 시간은 약 48시간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짧은 시간에 30개 가까운 행사에 참석하고 12개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하며 광폭 행보를 보였다. 그는 각국 정상들에게 경제협력을 내세워 관계 강화를 주문했고 대만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각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며 우군을 확보하는 것이 이번 순방의 주된 목적이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의 이 같은 전략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각국 정상들이 국제무대에 복귀한 시 주석을 공항까지 영접 나오는 등 줄지어 대면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중국의 외교적 위상을 과시하는 데 성공했다.
자국이 주도하는 SCO 정상회의를 다자외교 복귀 무대로 삼은 것도 유효한 전략이었다. 시 주석은 SCO 정상회의에서 ‘달러 패권’에 맞서기 위한 독자 지불·결제 시스템 구축을 제안하고 회원국에 대한 각종 지원 구상을 내놓으며 ‘SCO 운명공동체’ 건설을 주장했다.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발표한 ‘사마르칸트 선언’에는 ‘집단화와 이념화, 대항적 사고를 통한 국제·지역 문제 해결에 반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그동안 중국이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강화에 맞서 강조해 온 입장이다.
SCO의 외연 확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번 회의를 통해 반미 국가인 이란이 정회원으로 합류하기 위한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했고, 벨라루스도 정회원 가입 절차를 시작했다. 또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8개 나라가 대화 파트너 지위를 공식 부여받거나 새로운 대화 파트너로 합류하기로 했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가운데서도 처음으로 튀르키예가 SCO 가입 의사를 밝혔다. 튀르키예는 유럽연합(EU)의 일원이자 나토 회원국이지만, 그간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는 특별 게스트 자격으로 참석해 중국,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가지기도 했다.
현재 회원국들의 경제 규모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24%를 차지하고 있는 SCO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 진영외교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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