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집중한 사이..화약고 된 '러시아 앞마당'
옛 소련 국가 간 해묵은 갈등 재발..러 영향력 약화 속 '빈틈' 노린 미·중 적극 개입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씨가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소속이었던 캅카스와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옮겨붙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 주변 다민족 국가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면서 국가·민족 간 해묵은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 러시아 무기력 속 충돌 확산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2020년 평화협정을 맺은 지 2년 만에 다시 무력 충돌을 했다. 지난 13~14일 벌어진 무력 충돌로 양국 병사 2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양국은 ‘캅카스의 화약고’로 불리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놓고 오랫동안 분쟁을 벌여 왔다. 이 지역은 소련 시절 아제르바이잔 영토에 속했지만, 인구는 아르메니아계가 다수인 탓이다.
이번 교전은 러시아의 영향력 약화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위상이 흔들리자 아제르바이잔이 이 지역을 자신들의 영토로 인정해달라고 아르메니아를 압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르메니아는 러시아 주도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개입을 요청했지만 CSTO는 진상조사단을 파견키로 하는 데 그쳤다. 아르메니아 측은 “CSTO는 총알 없는 권총”이라며 실망감을 표했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탱크 등을 동원해 충돌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측 사망자는 최소 54명에 달한다.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옛 소련에서 독립한 뒤 980㎞에 달하는 양국 국경 가운데 580㎞만 확정되고, 나머지 400㎞ 구간의 영유권이 정해지지 않아 수시로 분쟁이 발생했다. 특히 국경지대 이스파라강 상류에 저수시설이 있어 가뭄이 심해지면 양국 간 물분쟁이 벌어지곤 했다.
지난 7월 우즈베키스탄 영토의 카라칼파크스탄에서 벌어진 시위도 물 부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즈베키스탄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분리주의 움직임에 불안을 느껴 카라칼파크스탄의 자치권을 박탈하는 개헌안을 마련하자 아랄해 고갈과 환경오염으로 빈곤에 시달리던 이 지역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 러시아의 빈틈 노리는 미·중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약해진 틈을 미국과 중국이 파고들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18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를 방문했다. 펠로시 의장은 “민주적인 아르메니아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코로나19 이후 첫 해외 순방지로 중앙아시아를 선택하는 등 이 지역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지난 14일 시 주석 방문 당시 직접 공항에 나가 맞이했다.
테무르 우마노프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연구원은 “많은 중앙아시아 국가는 러시아가 그 어느 때보다 그들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지금은 러시아를 최대한 압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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