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콜센터에 "몇 살?" 묻는 민원인 전화 끊을 수 없는 상담사들
성희롱성만 즉시 차단 가능
악성 민원 고소·고발 '전무'
노동자 보호 적극 조치 필요
“결혼은 했어요? 몇 살? 어디 살아요?”
131기상콜센터의 상담사들은 민원인이 전화로 이런 말을 해도 바로 끊을 수 없다. 기상청 내부 규정에서 업무를 방해하는 전화는 3차 경고까지 하고 나서야 차단할 수 있다고 정해뒀기 때문이다. 콜센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기상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기상콜센터 노동자들이 겪은 폭언·욕설·성희롱·업무방해 등 악성 민원은 2018년부터 지난달까지 총 2749건이었다. 악성 민원은 2018년 738건이었다가 2019년 603건, 2020년에는 523건까지 줄어들었지만 지난해에는 609건으로 다시 늘어났다. 올해 8월까지는 276건이었다.
이 중 폭언·욕설이 1569건으로 가장 많았고, 업무방해가 901건, 성희롱은 279건이었다. 악성 상담의 사례로는 예보에 불만을 품는 민원인들이 하는 폭언·욕설이 가장 잦다. 날씨와 관련되지 않은 것을 문의한 뒤 상담이 어렵다고 대답하면 욕을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상담과 상관없는 내용으로 장시간 동안 통화를 이어가며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만취한 민원인이 장시간 통화를 이어간다거나, 나이·거주지·결혼 여부 등 사적인 질문을 하며 상담을 지속하는 것이다. 성희롱도 흔하게 발생한다. ‘뽀뽀’ ‘팬티’ 등을 언급하며 성희롱을 하거나, 신음을 반복적으로 내는 사례 등이다.
‘기상청 악성 민원인 인입 차단 처리 단계’에 따르면 성희롱은 1차 경고 후 바로 24시간 차단할 수 있다. 차단이 해제된 지 5일 이내에 같은 행위가 반복되면 7일 동안 차단하고, 그다음 5일 동안 또 같은 행위를 반복하면 차단 일수는 최대 한 달까지 늘어난다.
다만 성희롱성 발언을 하지 않지만 폭언·욕설, 업무방해가 있을 때 상담사는 1차 경고를 한 후 바로 끊을 수는 없고, 3차 경고까지 하고 나서야 민원인을 차단할 수 있다. 법적 조치가 가능하다고 알리는 것은, 차단과 해제가 반복된 이후에야 가능하다. 기상청이 악성 민원인을 상대로 고소·고발 조치를 한 경우는 지금까지 한 건도 없었다.
악성 민원인에게 노출된 상담사는 30분 힐링 시간을 받거나, 1시간30분 길이의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악성 민원이 반복될 경우 즉시 귀가할 수도 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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