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여성단체 "스토킹 가해자 10명 중 1명, 직장·학교 구성원"
일터에서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노동·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여성 노동자의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노동자들의 안전한 일터 마련을 위한 규칙 제정과 젠더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19일부터 추모주간을 갖기로 하고 추모행동에 나선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이번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구의역 김군 사건’과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과 겹쳐 보인다고 분석했다. 혼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김군처럼 역무원들은 홀로 일하면서 안전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주취객이나 악성 민원인 등으로부터 위해와 폭력에 상시 노출돼 있다. 배 대표는 “2인1조 근무규칙은 비단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기본적인 노동자 안전을 위해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남역 사건과 겹치는 이유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젠더폭력’으로부터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일터라는 공간에서 발생한 젠더폭력이 얼마나 더 위험할 수 있고, 얼마나 더 피해자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1년 여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평생 동안 스토킹 피해를 한번이라도 경험한 여성은 전체 응답자의 2.5%로 조사됐다. 지난 1년간 스토킹 피해를 한번이라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0.2%였다. 이 실태조사는 지난해 9월22일부터 11월30일까지 만 19세 이상 여성 7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장 심각한 스토킹 행위의 가해자 10명 중 1명(13.5%)이 ‘직장이나 학교 구성원’이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32.8%로 가장 많았고, 과거 사귀었으나 피해 시점에 헤어진 사람(14.7%), 친구(11.6%), 피해 당시 사귀던 사람(10.4%), 당시 배우자(4.4%) 등으로 분석됐다. 스토킹 가해자 10명 중 9명(93.7%)은 남성이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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