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압도적 대응' 강경 일변도 공조..한반도 긴장만 높이나

박은경 기자 2022. 9. 1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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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고위급 회담 열고 '대북 확장억제 강화' 합의
블링컨 만난 한국 협상단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장을 방문해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차관,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차관, 블링컨 장관,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신범철 국방부 차관. 외교부 제공
연내 북핵 위협 단계별 대응 훈련…전략 자산 운용 공조 강화
북한에 반작용 명분 ‘악순환’ 우려…“추가 유인책 필요” 지적

한·미가 북한의 핵 선제공격 법제화 등 높아지는 위협에 대해 “압도적이고 결정적으로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미국의 최신 비핵전력을 포함해 핵과 재래식, 미사일방어체계 등 모든 군사적 자산을 총동원한 확장억제 강화에도 의견을 모았다. 북핵 위협에 더욱 선제적이고 단호하게 맞서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지만 긴장 수위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신범철 국방부 차관,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차관과 콜린 칼 국방부 정책차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4년8개월 만에 열린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 후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에는 “한·미는 북한의 어떤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면서 “미국은 대북 억제와 대응 및 역내 안보 증진을 위해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이 지속되도록 한국과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양측은 연내에 북핵 위협 단계별 상황에 맞는 군사 대응 도상 훈련인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을 진행하고, 정보 공유·훈련·연습의 증진을 통해 동맹의 전략적 준비태세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양국은 북한의 전술핵 개발과 선제공격 위협에 대응해 한·미 맞춤형억제전략(TDS)에 대한 개정 작업도 진행 중이다.

조 차관은 특파원 간담회에서 “확장억제와 관련해 지속 가능한 공조 메커니즘으로 EDSCG를 정례화해 매년 개최하기로 했다”며 “확장억제를 위한 외교·국방 공조체제를 사실상 제도화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18일 통화에서 “최근 북한이 핵 사용 법제화에 나서면서 핵 위협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예방적 차원의 억제 의지를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한·미가 전략자산 운용 공조를 강화키로 하면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규모나 수준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CVN-76)가 이달 말 부산에 입항해 연합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항모가 한국 작전구역(KTO)에서 한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2017년 11월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약 5년 만이다.

신 차관이 워싱턴 인근의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해 B-52 전략폭격기를 시찰한 것도 북한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미 국방부는 지난 15일 한·미 해병대가 강원도 필승사격장에서 연합전술항공통제훈련을 실시하는 사진을 이튿날 공개했다. 훈련에 참가한 ‘제5항공함포연락중대’(앵글리코)는 미 해군 함정과 전투기 등의 작전을 최전방에서 지원하는 ‘눈과 귀’ 역할을 한다. 앵글리코의 훈련 사진이 공개된 건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통화에서 “북한의 ‘핵 법제화’ 등 최근 행보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고 미국 내에서도 ‘새롭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며 “미국이 북한의 행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또는 한국 정부의 강경한 해석에 동조적으로 가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주도성이 유지된다면 지속적으로 ‘강 대 강’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고 북한이 이를 명분 삼아 반작용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 북·미 관계가 강경 일변도로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이미 거부 의사를 밝힌 ‘담대한 구상’을 밀어붙이기보다는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대북 추가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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