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은 거대한 아이유 노래방".. 9만 관객 열광하며 함께 불렀다
그럼에도 흔들림 없는 라이브로 박수 받아
3시간 반 동안 20여곡 쏟아내
아이유 "14년 더 잘 가보겠다"
한국 여자 가수 최초의 잠실벌 입성.
17일·18일 양일간 가수 아이유(29·본명 이지은)가 연 단독 공연 ‘더 골든 아워:오렌지 태양 아래’에는 이런 의미가 있다. 공연장인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이하 잠실주경기장)은 한국 가요계 ‘꿈의 무대’. 회당 최대 10만명까지 입장할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규모의 공연장이다. 록밴드 퀸(Queen)이 1985년 섰던 전설적 무대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개최지인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의 최다 수용 가능 인원이 약 12만7000명이었다.
그동안 조용필(7회), BTS(8회), H.O.T.(5회), 싸이(3회) 등 최고 톱스타들만이 잠실주경기장을 호령했다. 국내 여성 가수로는 아이유가 처음. 해외 여성 가수는 2012년 ‘레이디 가가’가 유일하게 섰다. 무대 장치와 안전 등을 고려해 공연당 4만4000명씩만 표를 팔았고, 티켓 발매 한 시간 만에 이틀(8만8000명) 모두 매진됐다. 공연 1회차 기준 국내 여성 가수 최다 관객 기록이자 공연표(9만9000원~16만5000원) 수익만 약 80억원대로 추산된다.
◇열기구, 드론 쇼… 관객들 “디즈니랜드 온 것 같아”
“어쩌면 이 무대가 10대 때부터 제가 도전하고 달려온 길의 마지막 도착지인 것 같아요.”
18일 오후 7시 잠실주경기장에 선 소감을 담담히 밝힌 아이유는 공연 첫 문을 2020년 방탄소년단 ‘슈가’와의 협업곡 ‘에잇’으로 열었다. 2019년 ‘러브 포엠’ 공연 이후 3년 만에 연 대면 공연. “그간 못 들려준 신곡들을 한풀이처럼 선곡했다”는 그의 말에 4만4000여 관중이 “예뻐요~”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이날은 아이유의 데뷔 14주년 기념일이기도 했다. 2008년 15세에 ‘미아’를 부르며 데뷔한 그는 지금까지 발매곡 대부분을 히트시킨 드문 뮤지션. 아이유는 “조상신이 도우셔서 여기까지 왔다. 겸손한 마음으로 오늘을 되새기며 14년 더 가보겠다”며 3시간 30분 동안 20여 곡을 완창했다. 대부분 ‘라일락’ ‘너랑 나’ 등 각종 가요 차트 1위를 석권한 히트곡이었다.
그중 2010년 3단 고음 가창으로 ‘국민 여동생’ 수식어를 안긴 ‘좋은 날’,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스물다섯에 썼다”는 ‘팔레트’는 “이제 졸업한다. 아쉽지만 앞으로 공연에선 못 들을 것”이라며 불렀다. 특히 좋은날은 “이제 내 나이에 오빠도 점점 없어져 가고, 요즘 초등학생은 이 노래를 잘 모른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덕분에 공연장은 사실상 아이유 노래만 함께 부르는 거대한 노래방 같았다. 아이유도 남녀 듀엣곡 ‘너의 의미’ ‘금요일에 만나요’ 등을 “여러분 목소리로 남녀 관객 성비를 가늠할 수 있게 도와달라”며 불렀고, 객석은 ‘우~’ 추임새까지 완벽히 재현한 떼창으로 화답했다. 앵콜곡을 부를 땐 ‘앵콜!’ 외침 대신 2019년 발매곡 ‘러브 포엠’ 가사를 띄워놓고 오롯이 관객 목소리로만 완창하게 했다. ‘아이유’이기에 시킬 수 있는 ‘앵콜요청법’이었다.
댄서만 100여 명 동원했다는 팔색조 무대 연출도 압권이었다. ‘무릎’ ‘나만 몰랐던 이야기’ 등 잔잔한 발라드 곡을 부를 땐 25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속삭이듯 끝음을 감아 올리는 특유의 짙은 음색을 들려주는데 집중하며 귀를 사로잡았다. 다만 공연 중간 “심각한 청력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귀를 컨트롤 못 한지 1년 정도 됐다. 사실 오늘 (귀가) 거의 잘 들리지 않았다. 어제 밤부터 귀가 안 좋아져 오늘 리허설 하면서도 약간 지옥처럼 시간을 보냈다”고 말해 관객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완벽한 라이브를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이 지금’ 등 흥겨운 히트곡들은 단단한 미성으로 고음을 시원하게 내질렀고, 직접 댄서들과 춤을 추며 뮤지컬 같은 무대를 선보였다. 공연 중간에는 아이유의 초상화, ‘너랑나’의 시계 등 발매곡 가사 속 상징물들을 드론 수 십대의 불빛으로 그리거나 불꽃을 터뜨려 개방된 공연장 천장 하늘을 수놓았다. “화려한 공연으로 유명한 디즈니랜드에 온 것만 같다”는 탄성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탄성을 자아낸 건 아이유가 열기구를 타고 공연장 상공으로 날아올랐을 때. 2021년 발매곡 ‘스트로베리 문’을 부르면서다. 미국 북동부 인디언들이 딸기 수확 철인 6월의 보름달을 부르는 별명에서 딴 노래 제목처럼 아이유는 달을 연상시키는 둥근 열기구를 타고 넓은 공연장을 누볐다. 다소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2층, 3층까지 아이유가 탄 열기구가 다가갈 때마다 가까이 있는 관객들은 환호하며 손을 뻗었고 찢어질 듯한 함성을 쏟아냈다. 그 모습이 마치 아이유와 관객이 함께 부른 가사와 완벽히 일치해 보였다. “놀라워 이보다/꿈 같은 순간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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