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전기요금 납부했다면 '기후변화 대응' 하신 겁니다[찌릿찌릿(知it智it) 전기 교실]
얼마 전, 한 달에 한 번씩 우편함에 들어오는 아파트 관리비 명세서를 집어들고 승강기를 탔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기요금만 10만원이 넘게 나온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평균적으로 한 달에 300kWh(킬로와트시)가 되지 않게 사용하던 전기를 500kWh 넘게 쓴 것으로 적혀 있었다.
왜 이렇게 사용량이 늘었을까 생각하다가 최고 기온이 33도를 넘어서는 폭염일수가 10일이나 있었던 지난 7월이 떠올랐다. 특히 그달 마지막 주는 폭염이 5일이나 지속되며 기온이 36도까지 올랐는데, 때마침 여름방학을 맞았던 우리 아이들이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하고 실내에서 에어컨을 켜고 더위를 견뎠던 것 같다. 이처럼 이상기후 현상은 우리의 에너지 소비에 큰 영향을 끼친다. 겨울에는 한파가, 여름에는 폭염과 열대야가 문제다. 특히 올해 여름의 열대야 일수는 총 24일이었는데, 2000년부터 측정된 연간 열대야 일수에서 사상 세 번째로 많은 해였다고 한다.
최근 한국에 상륙해 재난을 일으킨 제11호 태풍 힌남노도 기후관측 사상 처음으로 북위 25도선 위쪽에서 생성됐고, 기존 태풍과는 다른 이동 궤적을 보여줬다. 이 또한 기후변화의 영향이라는 주장이 많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지목되는 것은 이산화탄소, 메탄 등의 온실가스 배출이다. 각종 통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온실가스가 에너지 사용에서 발생하는데, 여기에는 산업생산, 수송, 건물 냉난방 등이 모두 포함된다. 따라서 에너지 생산의 구성 변화와 최적화, 그리고 소비구조의 개선까지 포함하는 에너지 전환은 기후변화를 늦추고, 비정상적인 기상 현상을 막기 위해 전 지구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방향임에 분명하다.
에너지 전환을 진행 중인 한국은 이미 전 국민이 해당 과정에 동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지난해 1월부터 적용된 전기요금 체계에서 전력량 요금과 따로 표시되기 시작한 항목, 바로 ‘기후환경요금’이다.
이는 기존 전력량 요금에 포함돼 있던 기후환경 비용을 분리해 표기한 것이다. 여기에는 2012년 1월부터 시행된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RPS)와 2015년 1월부터 시행된 배출권거래제도(ETS)의 이행비용, 그리고 2019년 12월부터 시행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등에 대한 석탄발전 감축 운전소요 비용이 해당된다.
특히 RPS와 ETS는 국제적으로 많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발전 사업자들이 해당 의무를 직접적으로 이행하고 관련 비용을 판매 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가 지급한다. 해당 금액을 연간 판매 전력량으로 나누어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사용한 전력량이 많을수록 기후환경요금도 올라가게 돼 있다.
2022년 4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기후환경요금은 RPS 비용으로 kWh당 5.9원, ETS 비용으로 0.8원, 그리고 석탄발전 감축 비용으로 0.6원을 설정한다. kWh당 총 7.3원 수준이다. 300~400kWh를 사용하는 가정 기준으로 매월 내는 2200~2600원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한국의 에너지 전환에 사용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참여 과정을 명확히 인지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해 우리 각자가 할 일에 대한 고민과 관심을 심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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