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표정·초점 잃은 눈동자..늦더위도 이긴 '멍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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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을 대표해 멍 제대로 때려보겠습니다."
서울시가 3년 만에 재개한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이 속속 번호표를 들고 모여들었다.
매니저와 함께 대회장을 찾은 배우 엄씨는 "24시간 멍때릴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후 3시 11분께 대회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마음이 차분해지도록 10분간 체조를 한 뒤 본격적으로 '멍때리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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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팬 우승.."선수들 건강히만 뛰어줬으면"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30대 직장인을 대표해 멍 제대로 때려보겠습니다."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18일 오후 2시 한강 잠수교 인근. 서울시가 3년 만에 재개한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이 속속 번호표를 들고 모여들었다.
3천800여명의 지원자 가운데 배우 엄현경 씨를 비롯해 고등학생, 자영업자, 경찰 등 '멍때리기'에 자신 있다는 50팀이 선발돼 도전에 나섰다. 시민 투표와 참가자별 심박수 체크 결과를 합산해 최종 우승자가 선정된다.
매니저와 함께 대회장을 찾은 배우 엄씨는 "24시간 멍때릴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처음 심박수 잴 때 높게 나왔는데, 처음에 높게 나온 뒤 차차 낮아지게 하려는 전략"이라며 '우승 비법'을 슬쩍 털어놓기도 했다.
경기도 포천에서 온 말 사육사 이미경(31) 씨는 남자친구가 "너 잘할 것 같다"며 대회 참가를 권유해 나오게 됐다. 평소 단순하게 생각하며 사는 편이라고 한다.
경기도 김포에 사는 배우 지망생 박솜이(28) 씨는 평소 걱정이 많아 '멍때리기'를 잘한다고 했다. 그 표정을 보고 주변에선 '아련하다'고들 한단다.
가만히 앉아서 '멍때리러' 온 자리지만 의상들은 신경 썼다. 잠옷, 교복, 경찰복을 입은 참가자에서부터 서울시 캐릭터인 '해치' 인형 탈을 쓴 사람도 눈에 띄었다.
가족과 함께 경찰복을 맞춰 입은 한 경찰관은 "세종에서 올라왔다"며 "딸이 대표로 참여하는데 며칠 연습을 하고 왔다"고 각오를 다졌다.
교복을 입고 찾아온 허재윤(17) 군은 "평상시만큼만 멍때리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대회 시작이 가까워지면서 구경거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오후 3시 11분께 대회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마음이 차분해지도록 10분간 체조를 한 뒤 본격적으로 '멍때리기'를 시작했다. 대회장에 드리웠던 그늘이 걷히고 햇볕이 내리쬐자 일부 참가자는 우산이나 모자로 태양을 피하기도했다.
'멍때리기'는 90분 동안 이어졌다. 강렬한 늦더위에 중도 포기자들도 속속 생겨났다.
완주한 참가자들은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을 대견해했다.
경기도 양주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나기원(36) 씨는 "평소 활동적으로 살아서 멍때리기에는 자신이 없었는데, 완주하고 나니 뿌듯하다"고 기뻐했다.
교복 차림으로 참여한 허 군은 "생각보다 빨리 끝난 것 같다"며 "평상시 멍을 때리면 선생님들은 좋아하지 않는데, 가끔은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우승은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참가한 김명엽(31) 씨에게 돌아갔다. 김씨는 "앞으로 큰 것 바라지 않는다.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몸 건강하게만 뛰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readin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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