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상노트북' 29만대 뿌린 경남교육청..대만 기업 배만 불렸다

최승균,이재철 2022. 9. 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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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낮아서 쓰지도 않는데 .."
경남교육청의 혈세 낭비
최저가격 기준으로 입찰
대만회사가 29만대 공급
유지보수 부실 우려도
학부모·학생 모두 '불만'
경남교육청 노트북 구매에
대만산 점유율 2위

◆ 방만한 교육재정 ⑤ ◆

경남도교육청이 지난해 12월 학생 1인당 1대의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을 확대 추진하면서 대만 에이수스 노트북이 선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의 대만 노트북 구매가 국내 노트북 시장 판도까지 뒤집어 놓은 것이다. 국민 혈세로 조성되는 지방재정교육교부금으로 외국 기업 배만 불려줬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18일 시장조사 업체인 한국 IDC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노트북 출하량은 삼성전자가 27만7912대로 1위, 에이수스가 18만6901대로 2위, LG전자가 13만3128대로 3위를 기록했다. 에이수스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7.4%로 5위권에 불과했으나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경남도교육청 공급 물량이 소화되면서 LG전자를 제치고 단번에 2위로 오른 것이다.

경남도교육청은 올해 8월까지 예산 1578억원을 들여 총 29만4000대의 대만 에이수스 노트북을 도내 초·중·고 학생에게 보급했다. 기종은 일반 노트북과 플립형 노트북(투인원 복합기), 태블릿PC 등 5개 종류다. 이 중 90% 이상이 플립형 노트북으로 보급됐다.

경남도교육청은 당시 조달청 입찰에서 제품 사양의 '최저가' 기준에 가장 높은 배점을 부여했다. 그러나 국내 노트북 업체들은 에이수스를 비롯한 외산 업체들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 항목에서 지방교육 당국의 눈높이를 맞추기 힘들었다. 기술 사양과 유지보수 등 다른 배점 사항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만·중국 업체 제품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갖게 되지만 경남도교육청처럼 최저 가격 중심으로 입찰이 진행되면 사실상 국내 업체들의 참여를 배제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남교육청이 학생들에게 보급한 저사양 대만 에이수스 플립형 노트북. [사진 제공 = 독자]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와 외산 업체의 가장 큰 경쟁력 차이는 바로 유지보수"라며 "원활한 유지보수 서비스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교육청 재정에서 추가 지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남도교육청이 보급한 노트북 사양을 두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통영시민 장 모씨는 "14인치 노트북이 무거운 데다 너무 느려서 애들이 쓰질 않는다. 그냥 휴대폰으로 인터넷 연결하는 게 훨씬 빠르다"며 "초·중·고에서 이런 식으로 시설이나 장비로 낭비되는 예산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지방교육청들이 경쟁적으로 학생들에게 무상 노트북 지급 사업을 시행하면서 이런 불만이 추가로 불거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습 전용이어서 고사양이 필요치 않은 데다 우리 교육청이 제시한 사양은 교육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제시하는 수준과 비슷하다. 모든 시도교육청이 이 사양을 기준으로 보급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업체 선정은 조달청의 고유 권한이어서 교육청이 관여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경남도의회에서도 최근 '탁상행정'이란 질타가 나왔다. 박춘덕 국민의힘 도의원은 지난 15일 열린 도의회 정례회에서 도교육청의 스마트단말기 보급 사업은 체계적인 관리와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시범운영 기간에 설치된 베타버전 관리 프로그램 부실로 아이들이 게임 등 유해 사이트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며 "도교육청의 단말기 보급이 지난 8월에 완료됐음에도 통합적으로 관리·운영해야 하는 프로그램인 MDM 구축은 9월 말이 돼서야 완료돼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창원 = 최승균 기자 / 서울 =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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