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시험대 오른 윤 대통령.. '결과물'은 어디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영국·미국·캐나다로 이어지는 5박7일 3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가 국제 다자외교 데뷔전이었다면, 이번 순방은 실질적인 성과를 끌어내야 할 시험대로 평가된다. 북핵문제를 비롯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와 반도체법, 한·일관계 등 현안은 산적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로 출국했다. 배우자 김건희 여사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한다. 20일에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21일까지 뉴욕에 머물며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소화할 계획이다. 23일에는 캐나다 오타와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우선 관심이 모인다. 그간 전임 대통령들이 유엔 현장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조해왔다면, 윤 대통령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전통안보 차원에서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기여함으로써 평화를 구축해나가겠다는 메시지”와 “경제안보 등 분야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구체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언급”이 윤 대통령 기조연설의 양대 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비핵화 관련해서는 “동맹국인 미국, 자유를 중시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핵 위협에 공동대응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서는 “그 내용을 다시 요약해서 연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경제이슈가 될 전망이다.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 시행 등에 따른 국내 관련 산업계의 우려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최상목 경제수석비서관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그런 내용들이 논의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면서 “그런 부분은 이미 기업이나 정부 간에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부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IRA 효과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 개정 등 실질적인 후속조치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배상 등 과거사 현안 해법과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느냐가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기간 한·미·일 정상회의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를 만났지만, 단독회담은 아직 없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강제징용 등 현안과 “일본과도 내밀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면서 “(양국 정상이) 이미 다 체크하고 있는 상태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양국간 온도차도 감지되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이날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일 정상회담을 열지 않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회담에 대한 일본측의 회의감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사 현안 논의에 앞서 한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추측도 이어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같은 보도와 관련해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 놓고, 시간을 조율 중”이라는 김태효 1차장의 지난 15일 브리핑을 언급하며 “현재까지 변동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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