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인터뷰]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하정우, 시리즈물 '수리남'으로 2년 만에 복귀
"2년 반, 길게 느껴져"
시리즈물의 빡빡한 일정 "마지막 촬영 후 잠도 안 자고 귀국"
"황정민, 무서운 선배인 줄 알았다"
"에미상 받은 '오징어게임'·이정재, 부러웠다"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제가 홍보사를 통해 대면 인터뷰를 하자고 요청을 드렸습니다. 지난번 제작발표회 때 못하고 시작했는데, 이렇게 얼굴 뵙고 말씀드리는 게 맞을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기자님들과 많은 관객들, 시청자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죄송했습니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던 하정우는 2년 만에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으로 돌아왔다. 하정우는 '수리남' 홍보 인터뷰에서 첫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먼저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는 "물리적인 2년 반이란 시간이 더 오래 지난 것 같다"며 "대학 이후에 2004년 '용서받지 못한 자'를 촬영하고 2005년부터 제가 찍었던 작품들이 공개되면서 쉴 새 없이 지금까지 왔다. 기존에 해왔던 일들이 멈춰지면서 2년 반이라는 시간이 저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길게 흐른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제작발표회 때 포토타임에 서는 데 그렇게 떨었던 적이 없는 것 같다"며 "나중에 사진 찍힌 걸 보니 인상을 다 찡그리고 있더라"면서 다소 어색해했다.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마약 대부 전요환(황정민 분)으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 강인구(하정우 분)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하정우는 '수리남'의 모티브가 된 실화를 접하고 윤종빈 감독에게 작품화를 제안했다고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연기하기 어려웠던 점은 없었을까. 하정우는 "재구성된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생각보단 자유로웠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고 전요환이 목사로 위장했다는 설정도 허구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종빈 감독한테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만들어볼 생각이 있냐'고 제시했다가 한 번 거절당했어요. 윤 감독이 영화 '공작'을 찍고 시간이 지나서 '이걸 시리즈물로 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했죠. 제가 강인구 역을 하고 정민 형이 전요환을 하면 잘 맞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그렇게 시작된 거예요."
주로 영화를 해온 하정우는 영화보다 훨씬 많은 시리즈물의 분량과 대사량에 힘들기도 했단다. 하정우는 "한정된 스케줄 안에서 1시간짜리 6부작, 총 6시간짜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하루에 소화해야 할 촬영분이 많았다"며 "하루에 진행되는 양과 속도가 타이트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은 아니다"면서도 "뭘 해도 아쉬운 부분은 있지 않나. '바짓단은 왜 저렇게 짧게 했나'부터 시작해서 '저 때 액션이 좀 어색하다' 같은 거 말이다. 혼자만 느끼는 부분인 것 같다"며 웃었다.
"1부 마지막 장면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 촬영이었어요. 아침 6시에 끝나서 오후 1시에 도미니카를 탈출했어요.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잠도 안 자고 제일 빠른 비행기를 타고 나갔어요. 그 장면을 보면 '8개월 찍은 이게 드디어 끝났구나. 드디어 간다' 싶은 그때 벅찼던 감정이 생각나요. 하하."
마약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는 이미 다수다. ‘수리남’은 마약 카르텔과 미국 마약단속국 요원의 이야기를 담은 히트작 '나르코스' 시리즈와 함께 언급되기도 한다.
"'나르코스' 시리즈는 주로 남미, 중미가 배경이잖아요. 근데 '수리남'은 '이런 걸 아시아에서도?'라고 생각하게 할 것 같아요. 생경함, 그게 독특함으로 연결되지 않을까요. '나르코스' 시리즈는 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그려가고 있는데, '수리남'은 '아시아인 한 명이 남미인 수리남에서 이런 비즈니스를 했단 말이야?'라고 생각하게 할 거에요. 이 작품만의 독특한 개성이죠."
하정우는 황정민과 처음으로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황정민은 신망 높은 한인교회의 목사로 위장하고 있는 수리남의 실세이자 마약 대부 전요환을 연기했다. 첫 소속사가 황정민이 소속된 곳이었다는 하정우 "어렸을 땐 정민이 형이 무서운 선배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민 형이 연기할 때 참 열정적이에요. 평상시엔 말도 많고 에너제틱하고 술도 좋아하고 사람들을 좋아해요. 활발하죠. 그런데 촬영 직전 그 순간만큼은 에너지를 응축한 것처럼 되게 조용하게 계세요. 마음을 준비하고 다스리는 루틴인 것 같아요. 그게 서정적인 느낌이에요. 액션 외치기 직전에 혼자 그런 시간들을 짧게 가지더라고요. 형은 모든 게 다 릴렉스 돼 있는 것 같아요. 액션을 찍다보면 상대배우가 긴장했는지 아닌지, 어떤 상태인지 느껴지거든요. 형은 릴렉스 돼있어서 제가 목을 잡고 끌어올리는 연기를 해도 안 힘들었어요. 제가 연기할 공간을 만들어주는 거죠."
하정우는 최근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에미상 수상을 축하하기도 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에서 '오징어게임'의 이정재는 남우주연상을, 황동혁 감독은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는 한국 최초이자 비영어권 최초다. 하정우는 "수상 소식을 접하면서 마냥 부러웠다. 너무 부러웠다"고 솔직한 마음을 꺼내놔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수리남'도 그런 자리에 초대받을 수 있으면 행복하겠다 싶더라"며 "('오징어게임') 단체 사진에 '수리남' 팀 얼굴을 대입시키며 흐뭇한 마음으로 봤다"고 전했다.
"경사로운 일이죠. '기생충'도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고 '오징어게임'은 이루 말할 것 없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찬사를 받았어요. 심지어 제가 모로코에서 촬영하는데 저한테 '오징어게임' 나오는 배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이게 정재 형 덕을 보는 건지…. 교민들이 자꾸 '오징어게임?' 이러면서 저를 잡더라고요. '이게 후광인가?' 했죠. 하하. 한국 콘텐츠가 그 정도까지 발을 뻗고 확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데 감사해요. 배우들을 비롯해 감독님, 제작진도 더 책임감을 갖고 양질의 작품을 만들어 내야하겠죠."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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