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핵폭격기·핵잠 등 美 전략자산 역내 운용".. 북핵에 압도적 대응 못 박아

김진욱 2022. 9. 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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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가 4년 8개월 만에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해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 기조를 확인했다.

아울러 △북한 핵 위협에 전례 없이 압도적이고 결정적으로 대응하며 △미국 전략자산과 핵·재래식, 미사일 방어체계 등 모든 군사적 자산을 총동원한 확장 억제를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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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4년 8개월 만에 EDSCG서 공동 성명
北 핵무력 법제화·선제 핵사용 천명에 우려
블링컨 美 장관, 확장억제 회의장 방문 공개
외교·국방 고위급 EDSCG 매년 개최도 합의
한미 양국이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4년 8개월 만에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했다. 왼쪽부터 콜린 칼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 보니 젠킨스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차관,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신범철 국방부 차관. 워싱턴=워싱턴특파원단

한미가 4년 8개월 만에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해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 기조를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장거리 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미국의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 원칙에도 합의했다. 북한이 지난 8일 핵무력 법제화와 선제 핵 사용 가능성을 천명한 상황에서 전례 없는 확장억제 강화에 한미가 뜻을 모은 것이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신범철 국방부 차관, 보니 젠킨스 미국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차관과 콜린 칼 국방부 정책차관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제3차 EDSCG를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새로운 핵무력 정책 법령 채택을 포함한 북한 핵 위협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동맹의 억제태세 강화를 위해 양국 국력의 모든 요소를 사용하는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아울러 △북한 핵 위협에 전례 없이 압도적이고 결정적으로 대응하며 △미국 전략자산과 핵·재래식, 미사일 방어체계 등 모든 군사적 자산을 총동원한 확장 억제를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12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에서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출항하고 있다. 미국 태평양함대 제공

이번 성명에선 한반도에 배치할 전략자산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7월 F-35A 5세대 전투기 연합훈련과 곧 있을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의 역내 전개가 이러한 미국의 공약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은 주중 부산에 기항해 한국 동해 작전구역(KTO)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한다. 이번 EDSCG에서 미 전략자산을 동원한 확장억제 강화에 합의한 후 이를 이행하는 첫 번째 조치다.

양국은 또 "EDSCG 대표단의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B-52 전략폭격기 시찰이 동맹의 억제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며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신 차관은 지난 15일 B-52를 직접 확인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실상 미국이 북한 핵 도발에 핵으로 맞대응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사실상 강화된 확장억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을 압박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치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3차 EDSCG 회의장을 방문해 조현동 외교부 1차관(왼쪽 세 번째)과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이번 EDSCG에서는 우리 정부의 목소리가 이전에 비해 더 많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12월 1차 회의는 공동 보도문 형식으로, 2018년 1월 2차 회의는 단순 보도자료 공개에 그쳤으나, 이번 3차 회의 결과는 ‘공동성명’으로 격상된 것은 이를 방증한다. 미국 측이 차관급 회의인 EDSCG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방문해 양국 대표단을 격려하는 사진을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핵 외 中 견제 위한 협의체 시사도

다만 이번 EDSCG는 날로 첨예해지는 미중 갈등 속에 미국의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동참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EDSCG는 한반도 상 동맹의 억제력과 인도·태평양 지역 내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전략적 사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협의체"라고 규정했다. 북핵뿐 아니라 중국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회의에서 중국 문제를 논의했는지 여부에 대해 "4시간 30분 회의 앞부분은 안보 정세와 글로벌 상황에 대한 평가를 서로 공유했다. 그런 부분에 포함해서 논의됐다고 이해해달라"고 했다. 한편, 한미는 고위급 EDSCG를 매년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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