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안보동맹, 中아닌 北겨냥"..文 "정권 바뀌어도 남북합의 이행을"

김대기,채종원,박인혜 2022. 9. 18.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현정권 대북정책 충돌
尹, NYT인터뷰서 정면 비판
"美中간 예측 가능 입장 견지
팹4 동맹 가입은 필요한 것"
모호한 文 외교정책 꼬집어
文, 퇴임후 첫 정치 메시지
"평화·비핵화는 겨레의 숙원"
이재명 "한반도 평화의 시계
2018년 이전으로 완전 회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5박7일 일정으로 영국, 미국, 캐나다를 방문하기 위해 18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순방에 앞서 외신 인터뷰에서 이전 정부 외교 정책과의 차별화를 강조하면서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을 비난했다. 9·19 남북 군사합의 4주년을 앞둔 이날 문재인 전 대통령도 퇴임 이후 처음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내보내면서 북한 문제를 두고 신구 권력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날 공개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해 "교실에서 한 친구(북한)한테만 집착하는 학생 같아 보였다"며 전임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북핵 위협으로부터 방어력을 갖추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북한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한·미·일 안보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모호한 태도를 견지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미·중 간의 경쟁 틈바구니에서 저희는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고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국제사회에서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안보동맹이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우리의 방위체계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함이지 중국이나 다른 나라를 겨냥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주권 사항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한국의 '팹4 동맹' 가입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 윤 대통령은 "4개국이 긴밀히 협의하기 위해선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NYT가 보도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 서면 축사에서 "평화는 저절로 찾아오지 않으며 그 누구도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면서 "우리 스스로 한반도 평화를 일구는 주도자가 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만 한 걸음이라도 전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는 한순간도 포기할 수 없는 겨레의 숙원"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다른 성격의 대북 정책을 발표했지만, 북한의 호응이 없는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첫 현안 메시지로 남북 관계를 택한 점이 주목된다.

문 전 대통령은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선언, 10·4 선언, 판문점 선언, 평양 공동선언 등은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지사지하며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만들어낸 역사적 합의들로,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 역시 거듭된 합의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같은 토론회 서면 축사에서 "한반도 평화의 시계가 2018년 이전으로 완벽하게 회귀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비싼 평화가 이기는 전쟁보다 낫고, 종심이 짧은 한반도 특성상 전쟁은 민족의 공멸을 의미한다"며 "평화를 만들고 세울 수 있는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윤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에 유감을 표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아직도 '문재인 아니면 다 된다'는 ABM(Anything But Moon)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냐"며 "윤 대통령이 남북 관계에 대한 비전 없음과 외교적 무지를 변명하려고 지난 정부 정책을 깎아내린 것은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NYT 인터뷰는 윤 대통령의 첫 순방길에 맞춰 계획됐다. 이번 영국·미국· 캐나다 3개국 순방은 이른바 자유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국들과의 가치 연대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서방 진영 정상급 인사들의 '여왕 조문 행렬'에 동참하는 것도 이 같은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 미국 뉴욕으로 이동해 20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한다. 윤 대통령은 각국 정상급 연설이 이어지는 일반토의(General Debate) 첫날인 20일에 185개국 정상 중 10번째 순서로 총회장 연단에 오른다. 이 자리에서 한국이 향후 국제 현안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자 하는 뜻을 밝힐 예정이다. 한미·한일정상회담도 추진된다. 우선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최소 5차례 만난다. 런던에서는 찰스 3세 국왕이 주최하는 리셉션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서 조우하게 되고, 미국 뉴욕에서는 유엔총회 전체회의와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여는 만찬 행사, 그리고 한미정상회담 등에서 얼굴을 맞댄다. 비록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30분 정도로 짧게 이뤄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지만, 윤 대통령 입장에선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리나라 전기차 기업의 피해가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관련 당부를 해야 하고, 구체적이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이끌어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2년10개월 만에 열리는 한일정상회담은 개최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사안은 간단치 않다. 30분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양국 정상이 어떤 방식으로 위안부 문제와 강제 징용 등 예민한 이슈를 끄집어내고, 어느 정도 의견 일치를 이끌어낼지가 관건이다. 이번 짧은 회담 자체로 뚜렷한 성과가 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이번 회담을 통해 다음 정상회담을 기약하고, 실무 협의에 속도를 붙일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은 필수다. 그러지 않으면 어렵게 미국까지 가서 성사된 한일정상회담의 의미 자체가 퇴색되고 '빈손 외교'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김대기 기자 / 채종원 기자 / 런던 = 박인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