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질환 종착역' 심부전, 16년 만에 3배 증가

권대익 2022. 9. 1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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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병인지 알고 있다" 응답자 51.7%뿐
심부전 유병률이 계속 늘고 있지만 인지도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고령화로 심부전 유병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심부전 인지도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심부전(心不全ㆍcardiac failure)은 심장 기능이 저하돼 혈액을 온몸으로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심부전이 발병하면 5년 내 60~70%가 사망에 이르기에 '심장 질환의 종착역'이라고 부른다.

국민 10명 중 8명은 심부전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 어떤 병인지 알고 있다고 답한 것은 5명가량에 그쳤다.

대한심부전학회(회장 강석민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30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20일~8월 3일 2주 동안 실시한 ‘2차 심부전 인지도 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학회에 따르면 심부전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2002년 전 인구의 0.77%에서 2018년 2.24%로 3배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심부전의 대표적 증상인 ‘약간의 활동에도 쉽게 숨이 차며 피곤하고 발목이 붓는 증상’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57.8%로, 2018년 1차 조사(62.2%) 당시와 비교해 소폭 감소했다. 다른 심장 질환인 협심증(70.9%), 뇌졸중(67.4%)과 비교해도 낮았다.

또 응답자의 84%는 심부전을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 어떤 병인지 알고 있는 비율은 51.7%에 불과했다. 또 응답자의 48.7%만 심부전을 심각한 병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심부전 중증도에 대한 인지율은 더 낮았다. 특히 발생률, 사망률, 입원 치료 후 퇴원한 급성 심부전 환자의 사망률, 재입원율, 입원 1회당 평균 의료비 등의 경우 응답자의 25% 미만이 위험도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다.

또 약간의 활동에도 쉽게 숨이 차며 피곤하고 발목이 붓는 증상이 있다면 얼마나 빨리 병원을 찾겠느냐는 질문에 ‘1, 2일 안에 가겠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44%로, 2018년(54.9%)보다 감소했다.

심부전 정의와 증상을 알려준 후 ‘5년 이내 사망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생각되는 질환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응답자의 4분의 3 정도가 위험성을 알지 못하고 있다고 답해 심부전 위험성을 과소 평가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66.3%는 ‘심부전 정보를 얻는 주된 경로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종합병원이라고 답했다. 이어 인터넷(17.3%), 한의원(2.5%), 약국(1.3%) 등이 뒤따랐다.

다만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가장 많은 응답자(48.9%)가 심부전을 꼽아 2018년 설문조사 때보다 심부전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음을 확인했다.

김성해 대한심부전학회 홍보이사(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부전 인지도가 떨어진 이유에 대해 “심부전은 증상이 모호해 인지율을 개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코로나19 장기화로 병원 내 교육이나 홍보가 줄었다”며 “또 심근경색에 비해 평균 진단 연령이 70세 이상으로 높아 고령 환자가 온라인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심부전은 응급의료기관 평가 지표로 중증 응급 환자를 선별해 초기 원활한 입원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증 상병 코드’와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중 하나인 ‘전문 진료 질병군’에 모두 포함돼 있지 않아 적절한 치료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효석 대한심부전학회 정책간사(의정부성모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부전의 5년 이내 사망률은 폐암과 비슷한 50%에 다다를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지만 현재 심부전은 뇌동맥류, 뇌혈관 수술 등이 속해 있는 전문진료질병군 463개에도 포함돼 있지 않고, 일반진료질병군 588개에 포함돼 있다”며 “심부전 치료와 관리의 질적 향상을 위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석민 대한심부전학회 회장(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관상동맥 질환, 심근병증, 고혈압 등도 결국 심부전이라는 질환으로 모인다”며 “고령화로 심부전이 늘고 있기에 조기 발견해 적절히 치료ㆍ예방하기 위한 노력에 진력할 것”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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