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세계의 심연을 바라보는 작가 7인의 시선
김멜라 미발표작 '메께라..'도
◆ 제23회 이효석문학상 시상식 ◆
특히 김멜라 작가가 어떤 지면에서도 발표한 적 없는 신작 단편 '메께라 께라'도 자선작으로 수록됐다. 작년 제22회 이효석문학상 대상을 받은 이서수의 '연희동의 밤'도 함께 담았다.
"한국문학이 지닌 가능성의 진폭을 확장시켜준다"는 평을 받으며 만장일치 대상작으로 뽑힌 김멜라의 단편 '제 꿈 꾸세요'는 아몬드크런치크랜베리초코바를 먹다 목이 막혀 사고로 죽은 '나'의 사후 이야기다.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오자 '챔바'라는 이름의 가이드가 나타나 '나'를 다른 사람의 꿈속으로 데려간다. 혼자 떠나버린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을 알리고자 자신의 사후 세계와 연결된 지인의 꿈으로 가야만 한다. 앙증맞은 챔바의 안내를 받으면서 '나'는 꿈길을 걸으며 지인에게 보일 마지막 모습, 지인에게 들려줄 마지막 말을 준비한다.
'제 꿈 꾸세요' 작품론을 쓴 전소영 문학평론가는 "삶은 늘 우리에게 매몰차게 구는 것만은 아니어서 어떤 혹독했던 시간도 결국 어둠에 자리를 내어주고 오늘의 뒤안길로 멀어지기 마련이다. 이제 낮 동안 상념에 붙들려 있던 마음을 비워내고 풍요로운 꿈으로 채워 넣어도 좋겠다"고 평했다.
김지연의 '포기'는 고동이란 곳으로 잠적한 민재와 그를 찾는 '나' 그리고 별명이 호두인 친구의 이야기다. 민재는 여기저기서 돈을 꾼 다음에 사라져 버렸다. 돈을 꾸고 도망간 민재든, 민재를 백방으로 찾는 '나'든 사실 지리멸렬한 삶을 사는 청춘들이다. 백수린의 '아주 환한 날들'은 수필 쓰기 수업을 듣던 옥미가 사위가 반강제로 맡긴 앵무새와 동거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앵무새 때문에 옥미의 일상에 심각한 균열이 일어난다. 하지만 두 달 뒤, 앵무새가 떠난 조그만 자리엔 아직 온기가 느껴진다.
위수정의 '아무도'는 남편 수형과 별거하고 원룸에 들어간 '나'의 이야기로 사랑에 대해 질문하는 소설이다. '그'와의 만남과 이별 뒤에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어떤 마음은 없는 듯 죽이고 사는 게 어른인 걸까." 이주혜의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 세 여성을 다룬다. 격리의 밤에 이르러 '나'는 우리가 실은 단 한 번도 함께였던 적이 없었다는 고독함을 느낀다. 정한아 '지난밤 내 꿈에'는 한센병이었던 외조모의 삶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엄마와 '나', 여성 3대의 애증에 관한 서사다. 여성이 겪어온 '버림과 버려짐'의 관계를 성찰한다. 김멜라의 미발표 수록작 '메께라 께라'는 유년 시절의 부재에 대한 질문으로 읽힌다. '사라진 것 같아도 눈을 감고 다섯을 세면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돌아온다'는 마지막 문장에 밑줄을 긋게 된다. '메께라'는 '어머나!'라는 뜻의 제주 사투리다. 이서수의 '연희동의 밤'은 젊은 층의 시대상에 관한 한밤중 소주 취기 어린 우화처럼 들린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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