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사' 8km 추모행렬.. 16시간 대기에도 "기다릴 만한 일"
베컴, 새벽에 나와 13시간후 참배
여왕의 손자들 15분동안 관 지켜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관 참배가 14일 오후 5시부터 일반에 공개됐지만, 참배하기까지 길게는 16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왕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려는 시민들의 추모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참배가 시작된지 사흘째인 전날에는 대기 줄이 너무 길어져 신규 진입이 약 7시간 중단됐다가 재개되기도 했다.
17일(현지시간)에는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윌리엄 왕세자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에 참배하려는 사람들을 예고 없이 깜짝 방문했다.
찰스 3세 부자(父子)는 참배를 위해 웨스트민스터 인근 램버스 다리 주변에서 기다리던 참배객들을 찾아 악수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시민들은 찰스 3세 부자가 나타나자 손뼉을 치며 환호했으며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어떤 이는 '하느님, 국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King), '하느님, 윌리엄 왕세자를 지켜주소서'(God Save the Prince of Wales)라고 외쳤다.
찰스 3세는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춥지 않은지 물으며 악수를 나눴다. 한 여성은 "이렇게 기다릴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윌리엄 왕세자는 "여왕도 이 모든 걸 믿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BC는 찰스 3세의 예정에 없던 약 20분 방문에 관해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왕이 될 것임을 짐작게 한다고 말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최근 밤 최저기온이 6도까지 내려가면서 추워졌지만 추모 행렬은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8㎞ 떨어진 서더크 공원까지 이어지고 있다. 밤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담요와 차를 나눠줬다.
줄을 서는 시간이 워낙 길다보니 710명이 기절하다가 머리를 다쳐 구급 처치를 받았고, 이 중 81명이 입원했다.
북런던 토트넘에서 손녀와 함께 온 98세 어니스트 브룩스 씨는 "군에서 통수권자인 여왕을 모셨기 때문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날 밤엔 한 남성이 관을 향해 달려들다가 체포되는 일도 벌어졌다. 한 10대 남성은 줄을 선 여성 2명을 성추행하고 템스강에 뛰어들었다가 체포됐다. 서더크 공원에 들어오는 인파는 시간당 2000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총 참배객은 35만 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참배는 장례식 당일인 19일 새벽 6시 30분까지 계속된다. 하지만 휠체어 이용자 등을 위한 줄은 이날 낮에 이미 마감됐다.
온라인 쇼핑몰인 이베이에는 줄을 서면서 받은 손목 끈이 중고 판매 상품으로 올라왔다.
영국의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도 전날 13시간 줄을 서서 여왕의 관에 참배했다. 납작한 모자와 짙은 색 재킷, 검은색 넥타이 차림의 베컴은 새벽 2시 15분쯤 혼자 와서 줄을 섰고, 오후 3시 30분에 드디어 여왕 관 앞에 섰다. 그는 웨스트민스터 홀에 들어가서 감정이 솟구치는 등 눈가를 닦았고, 여왕의 관 앞에서 천천히 고개를 숙인 뒤 바닥을 바라봤다.
그는 "새벽에 오면 한산할 줄 알았는데 잘못 생각했다"며 "무릎은 괜찮지만 등과 발이 아프다"고 말했다. 베컴은 기다리는 동안 다른 참배객들과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찰스 3세의 두 아들인 윌리엄 왕세자와 해리 왕자를 포함해 여왕의 손자녀 8명은 이날 저녁 15분간 관을 지키는 예식에 참석했다.
왕실을 떠난 해리 왕자도 이날은 군복 착용이 허용됐다. 더 타임스는 이를 두고 상당한 화해 제스처라고 분석했다.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 등으로 군 직함 및 전하 호칭이 박탈된 앤드루 왕자도 전날 이 예식 때는 군복을 입었다. 그러나 18일 찰스 3세가 개최하는 리셉션 행사에 해리 왕자 부부는 초대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왕실을 대표해 활동하는 가족들만 참석하기 때문이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개최되는 장례식을 앞두고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등 영국 왕이 군주인 14개 국가의 정상들이 이미 도착해서 찰스 3세와 회동을 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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