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일 정상회담 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율"..한국과의 정상회담에 미지근한 일본
회담 시급하지 않고, 성과 내기도 어렵다 판단
한국이 먼저 과거사 해법 내놓으라는 압박 성격도
오는 20~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는 한국의 발표를 부정하는 일본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18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일 정상회담을 열지 않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 정부가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항의했다고 밝혔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측은 이른바 징용공(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소송 문제에 진전이 없는 채 정상회담에 응하는 것에 신중하다”면서 다만 유엔총회에서 양국 정상이 짧은 시간 서서 이야기를 나눌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이날 “한국 정부가 개최한다고 발표한 한·일 정상회담은 일본 측이 신중한 자세를 굽히지 않아 실현이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유엔총회를 계기로 양국 정상 간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만찬 등에서 서서 짧게 대화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일본 측의 정상회담 거리두기는 우선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정상회담 발표에 대한 불쾌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되면 양국이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 외교 관례이지만 한국이 일본을 압박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도 한국이 먼저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했다. 한국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상회의에서 다섯 차례 비공식 대면을 가졌다고 발표하자 일본 정부는 자국 언론에 “짧은 시간 서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하며 의미를 축소했다.
일본이 회담에 미적지근한 근본적인 이유는 주요 현안에서 입장차가 큰 상황에서 정상들이 만나도 양국 관계 개선 계기를 마련하기 힘들다는 판단때문이다. 한·일 양국 간 역사적 문제에 대한 시각차가 워낙 처 보수 성향의 윤 대통령과 만나도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고 본 것이다.
더불어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먼저 가져오라고 압박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한국이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기 전에는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일본 기업에 타격을 주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수용하면서까지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드물다. 특히 자민당 강경파는 정상회담에 응하는 것 자체가 ‘한국에 양보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당내 강경파의 반대를 뚫고 정상회담을 추진하려면 과거사 문제 해결 등 일본 정부 입장에서 충분한 성과가 나와야 가능하다. 그러나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윤 대통령이 첨예한 국민적 갈등을 부르는 과거사 이슈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일본 정계에 우세하다.
일본 언론들은 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이 대통령이 지지율이 떨어지자 독도를 방문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의 보수정부가 출범했다고 해도 한·일관계가 쉽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해 왔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 한·일관계 개선이 그리 시급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유엔총회에서도 일본 정부의 관심사는 안전보장이사회 시스템 개혁이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의 영향으로 유엔 안보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며 유엔 개혁을 호소할 방침이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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