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철학자' 키르케고르의 삶과 사상을 읽는다[이 책]
‘마음의 철학자: 키르케고르 평전’(클레어 칼라일 지음 / 임규정 옮김 / 사월의책)은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의 삶과 저작에 대한 평전이다.
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 릴케, 카뮈, 사르트르에게 영감을 준 키르케고르는 헤겔, 마르크스, 니체와 함께 19세기의 가장 중요한 철학자로 여겨진다. 짧은 생을 살았음에도 키르케고르는 무수한 저작을 남겼고, 그의 저작은 덴마크어로 썼음에도 전 세계로 전파됐다. 그러나 오늘날까지도 그는 철학에서 가장 특이한 이방인으로 남아 있다. 아들·학생·약혼자로서 비참하게 실패한 자신의 경험을 철학적 주제로 삼고, 현대인의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불안과 고뇌, 절망과 용기를 그 누구보다 깊이 들여다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생생한 삶의 실존 자체를 철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여기는 새로운 철학 스타일을 창조했다.
이 책은 우리를 키르케고르의 문제 많은, 복잡한 삶의 내면으로 이끌고 간다. 키르케고르는 ‘누구로 존재해야 하는가’ ‘타인에게 어떻게 보여야 하는가’와 같이 현대인의 삶에 짙게 드리운 새로운 불안감을 직면하고 그것을 살아낸 우리 시대의 작가였다. 키르케고르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인간으로 살 것인가’에 관한 물음을 끊임없이 되묻는다.
이 책은 키르케고르의 독특한 삶과 철학을 재현하기 위해 연대기 순으로 서사를 구성하지 않고 가장 중요한 사건에서 시작해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과거를 회고하고, 다시 시간을 돌려 앞으로 나아가는 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내면의 삶이 겪는 미묘한 운동을 보여줄 뿐 아니라 독자를 당대 덴마크 한복판으로 데려간다. 개인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삶의 생동감은 실종되는 기묘한 현대의 상황에 처음으로 대면했던, 진정한 삶에서 멀어지는 안락함에 저항했던 키르케고르의 고군분투가 손에 잡힐 듯이 그려진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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